김지은씨 3년째 안희정 상대 손배소…신체감정에 재판 지연

오연서 기자 2024. 1. 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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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특히 '신체감정'(손해 입증을 위해 의료기관 등에서 신체를 감정하는 것)은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로 인한 치료기록을 증거로 제출해도 피고가 "진료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나오면 손해 정도를 입증하기 위해 신체 감정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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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저울 위, 미투 6년’(하)
2019년 6월1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상고심 유죄 확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월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검찰 내에서 벌어진 강제추행 피해 사실과 인사 불이익의 과정이 기록돼 있었다. 미투의 시작이었다. 수많은 여성이 유폐됐던 성폭력을 증언하고 또 연대했다. 그렇게 6년이 흐른 오늘, 한겨레는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서지현을 만났다. 서지현의 7번의 재판과 그 이후 법정에 선 미투 사건들을 살피며, 법원의 변화와 한계도 짚었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민사재판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인 것이 재판 지연이다. 재판이 지연되면 그만큼 피고 쪽 등의 ‘2차 가해’ 위험에 길게 노출되고, 피해자가 온전한 회복의 시간을 가지기도 어려워진다. 특히 ‘신체감정’(손해 입증을 위해 의료기관 등에서 신체를 감정하는 것)은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로 인한 치료기록을 증거로 제출해도 피고가 “진료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나오면 손해 정도를 입증하기 위해 신체 감정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체감정은 대학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전문의에게 받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고 병원에서도 감정 요청을 거절할 수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다. 김씨는 2019년 9월9일 안 전 지사의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등에 대한 대법원의 징역 3년6개월 판결이 확정되고 1년 뒤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위자료와 치료비 등 3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021년 처음 열린 재판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 전 지사 쪽은 2021년 6월 열린 첫 재판에서 진단 기록만으로 성폭행과 정신적 피해 사이의 인과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쪽 주장에 맞서기 위해 김씨는 신체감정을 해야 했다. 김씨는 2021년 7월부터 모두 7곳의 병원에 감정을 신청했지만 한곳에서만 감정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절차에만 2년이 걸렸다. 이 때문에 병원의 신체감정 거부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과정을 견디며 승소한다고 해도 법원에서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는 적을뿐더러 편차도 크다. 조민혜 수원가정법원 판사가 2012~2018년 선고된 민사 판결 중 ‘성폭력, 위자료'를 키워드로 검색한 하급심 판결례 198건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성폭행 사건의 위자료 선고액은 2천만~1억5천만원, 강제추행 사건은 100만~4천만원,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500만원 이하였다. 조 판사는 연구자료에서 “동일한 사안에서 재판부별로 너무 큰 편차를 보이는 것도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 될 수 있다”며 “유형화가 가능한 전형적인 사안에 한해서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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