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가’ 지칭했다고 韓 게임중계 취소… 中 잇단 ‘과민 반응’ [뉴스 투데이]

이우중 2024. 1. 30.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안 관련 도 넘은 트집잡기 논란
국내 e스포츠팀 페북글 빌미로
LoL중계 6년 만에 돌연 중단조치
최근엔 ‘대만 표기 지도’ 소지 이유
中 입국 70대 한국인 억류 사태도
차이잉원 총통 분쟁지 방문 촉각 속
中, 대만 인근 군함 4척 상시 전개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통일 대상이자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대만 독립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국 e스포츠 팀이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이후 중국은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리그 공식 중계 중단 조치를 취했다. 2018년부터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공식 중국어 중계 서비스를 독점 제공해온 중국 온라인 게임 플랫폼 후야는 지난 17일 시작한 2024 LCK 스프링 정규리그의 중계를 하지 않고 있다.
인기 e스포츠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국내 대회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의 개막 미디어데이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대회에 대한 공식 중국어 중계 서비스를 2018년부터 독점해온 중국 게임 플랫폼이 돌연 올해 중계 중단 조치를 취해 파장이 일고 있는데, 한국 e스포츠 팀인 ‘젠지’가 지난달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게 이유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SCMP는 “LoL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는 이에 대해 중국 내 LCK의 방송권 보유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이 한국 e스포츠팀인 젠지를 둘러싼 최근 논란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젠지가 공식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대만에서의 이벤트 소식을 전하며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자 중국 LoL 커뮤니티는 강력 반발했다. 이에 젠지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는데, 이번에는 사과문에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무결성을 존중한다”고 언급한 것이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영토 무결성’이라는 표현이 중국의 영토 분쟁 지역에 대한 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결국 젠지는 또다시 입장문을 내고 “특정 정치적 견해나 이념에 대한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혀야 했다.

신문은 후야에서 LCK 중계를 돌연 중단하면서 많은 중국 e스포츠 팬들이 소셜미디어에 실망을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LCK를 비롯해 글로벌 e스포츠 업계가 수익성 문제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의 LCK 중계 중단은 중계권료를 통한 LCK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70대 한국인이 한때 억류되기도 했다. 소지품 중 다이어리에 부착된 작은 세계지도에 대만이 ‘타이완’으로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돼 있다는 것이 이유로, 세관원들은 “중국의 한 개 성(省)인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오인할 수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 같은 외국의 대만 언급에 대한 민감한 반응과 함께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대만 주변에 군함 4척을 상시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 뒤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주로 프리깃함 4척을 상시 배치해 왔다. 이 4척은 대만과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지마 사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 대만 서남쪽과 북쪽 해역에 한 척씩 각각 배치돼 있다. 이 4척 이외에도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서북쪽 중국 방공식별구역(ADIZ) 경계선 부근에도 1척이 상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평시에도 대만에 군사적인 압력을 가하고 대만 유사시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ADIZ 경계선 부근에 상시 전개하는 군함과도 연동해 미군 등의 접근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만이 실효 지배하는 남중국해 타이핑다오(영어명 이투 아바) 섬 항만 준설과 부두 개조 공사가 사실상 끝난 상황도 양안관계 악화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이곳을 방문할지를 중국이 주시하고 있어서다.

대만에서 약 1500㎞ 떨어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타이핑다오는 대만이 실효 지배 중으로, 1950년대부터 대만군이 주둔했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대만 해경이 관할하고 있다. 중국은 타이핑다오 부근에 수시로 선박을 들여보내 분쟁을 유발하고 있으며, 대만은 중국군의 타이핑다오 침공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타이핑다오를 포함한 스프래틀리 제도를 하이난성에 속한 것으로 간주하며 해당 지역에 군용 활주로와 항구를 설치한 인공섬을 만들고 순시선 순찰을 강화하는 등 영유권 야심을 보여왔다.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등 방문 시 중국이 묵인한 사례가 있지만 최근 경직된 양안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이 지역 긴장감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차이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 여부를 두고 대만 내에서도 찬반이 갈린 상황이다. 총통 방문으로 타이핑다오 주권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다는 주장과 중국을 비롯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맞선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