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독수리’ 중 ‘판다’…한국은
발행 땐 상징물 선정이 관건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문화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예술형 주화’란 액면 금액이 표시된 법정 주화로, 금·은 등 귀금속을 소재로 발행되는 화폐를 말한다. 국가적 대표 상징물을 소재로 매년 발행한다는 점과 판매가격이 귀금속 시세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기존의 기념주화와 차이가 있다. 미국·중국·캐나다·오스트리아·영국·호주 등이 발행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예술형 주화 세미나’에서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이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는 경우 국가 브랜드를 널리 알리면서 한국 문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29일 밝혔다.
세미나의 발제자인 산업연구원 유슬기 박사는 “요즘 해외 주화 시장에서 십이지신과 같은 동양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중국만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세계 예술형 주화 시장에 진출할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최대 예술형 주화 발행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예술형 주화 매출액은 2022년 기준 4조8510억원에 이른다. 그 뒤를 중국(4조2650억원), 캐나다(2조9870억원), 오스트리아(2조9570억원), 영국(2조6380억원), 호주(2조165억원) 등이 잇고 있다. 이들 6개 국가의 예술형 주화 매출액은 19조8630억원에 이른다.
풍산화동양행 이제철 대표는 “예술형 주화는 국가 상징물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서 “미국은 독수리를, 캐나다는 메이플(단풍나무)을, 중국은 판다를, 오스트리아는 필하모닉(교향곡을 연주하는 큰 규모의 연주가 집단)을 각각 주화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우에는 K컬처의 위상이 높기 때문에 예술형 주화를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은 “예술형 주화는 기획에서부터 제조, 유통,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문화산업이자 수출산업”이라면서 이 분야에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한국이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는 경우 국가 상징물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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