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타고 드럼 치고…국민 엄마 김미경의 인생찬가 [인터뷰M]
'국민 엄마' 김미경은 연기하지 않을 땐 바이크를 타고, 드럼을 친다. 스쿠버다이빙 등 액티비티도 즐긴다. "젊게 산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다. 젊게 사는 것과 나이 들게 사는 것을 구분 지을 수 있나. 인생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으로써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그다.
최근 김미경은 iMBC연예와 서울 서초구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극본 권혜주·연출 차영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웰컴투 삼달리'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조삼달(신혜선)이 어느 날 모든 걸 잃고 곤두박질치며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조용필(지창욱)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미경은 극 중 진달(신동미), 삼달(신혜선), 해달(강미나) 세 딸의 엄마 고미자를 연기했다. 20년간 물질 중 친구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살아온 인물.
"너무 오랫동안 엄마 연기를 해왔어서, 이번에 맡았던 역할이 다른 연기보다 더 특별한 점은 없었어요." 그럼에도 김미경을 '삼달리'에 들여놓은 이유는 엄마의 서사 때문이다.
아무리 '국민 엄마'라도, 서사 없는 주변 인물으로만 소비되는 엄마 역할은 맡지 않는 것이 김미경의 지론. "보통 엄마의 서사가 없는 드라마기 많지 않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엄마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주인공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얼마든지 좋다"며 "그것이 아닌 소모적인 엄마는 하면서도 재미없을 것 같다. 단 하나라도 의미가 있으면 좋다. 그게 없으면 심심하고, 그닥 하고 싶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웰컴투 삼달리' 뿐만 아니라 그간 여러 작품에서 젊은 스타들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김미경.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한 그는 1999년 드라마 '전원일기', '카이스트'를 시작으로 '태왕사신기', '시크릿가든', '주군의 태양', '상속자들' 등에 출연했다.
'또 오해영' 등 드라마를 통해 '국민 엄마'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마음의 소리', '고백부부', '하이바이, 마마!', '18 어게인', '닥터 차정숙',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재, 곧 죽습니다' 까지. 작품 속에서 만난 스타 자식만 70명이 넘는다고.
그중에서도 특히 작품이 끝난 뒤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배우로는 장나라와 김태희를 꼽았다.
"지금은 엄마하고 딸의 관계가 친구처럼 되버렸어요. 장나라 씨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얘기하다 보면 이 차이를 못 느껴요. 장나라는 몸속에 아흔 살 먹은 노인네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 정도로 생각이 깊고, 사는 얘기하는 게 참 재밌는 친구예요. 김태희 씨도 가끔 보는데, 톱스타 같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이 있죠."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에는 한없이 쑥스러움을 느낀다는 그다. "아직까지 참 낯설다. '내가 무슨 감히' 이런 마음이 든다. 가끔 '전원일기' 재방송을 본다.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너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분이 진짜 국민엄마"라고 강조했다.
실제 엄마로서 본인은 어떠할까. "딸한테 '넌 왜 엄마가 좋냐' 물어봤더니, 개그맨 같아서 좋다더라"며 웃었다. 김미경은 "난 무서운 엄마는 싫다. 딸과 엄청 친한 '베프'다. 친구들끼리만 할 수 있는 비밀 얘기도 내게 다 털어놓더라"고 이야기했다.
어머니 이전에 그 역시 자식이었다. 엄마를 연기하며, 자신의 모친을 떠올리기도 했다. "내가 표현하는 엄마는 내 엄마로부터 보고 배운 것일 거다. 난 10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네 자매였다. 어머니는 우리가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한 번도 슬퍼하거나 힘들지 않게 키우셨다. 엄청나게 강한 분이시다. 한 명 한 명, 소홀함 없이 따뜻하게 키워주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은 "죽기 전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만난 그는, 결코 '엄마를 연기하는 배우'로 가둘 수 없는 올라운더 연기자다. 드럼 연주와 오토바이, 스쿠버다이빙 등 '연기 OFF' 상태의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엄마 연기 너머의 역할을 꿈꾸는 것도 당연한 일.
"하고 싶은 건 하고 죽어야 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편"이라는 김미경. 체력에 한계가 올 때까지 끊임없이 일하고, 또 일했다. 최근엔 타석증을 앓아 수술까지 했던 그다.
"다 탐나요. 일 욕심이 굉장히 많아요. 전 정말로 일 중독이에요. 늘 엄마역만 했으니까, 극단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생각을 하다 보면 제가 나이가 많이 들었죠. 한계에 부딪히는 나이예요. 액션도 하고 싶은데, 이 몸으로 액션을 소화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부딪힘과 서글픔이 있죠. 그래도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요."
데뷔 40년 차에 가까워진 김미경. 여전히 연기가 즐겁다. 그에게 있어 연기는 쌓인 것을 비워내는 작업이다.
"비워야 새 인물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 작업을 끝없이 해오며, 내가 비워지고 놓아지고 치유가 되는 느낌이예요."
김미경은 최선의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스스로와 끊임없이 투쟁하는 배우다. "어떤 대단한 목표는 없다. 연기하며 '이게 내 진심인가, 최선인가, 이게 다인가' 이런 싸움은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씨엘엔컴퍼니, MI, S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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