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때렸니” 멱살…보복성 아동학대 ‘부쩍’

김향미 기자 2024. 1.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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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치 아동학대 판례 분석해보니 ‘신종 유형’ 부상
게티이미지
“또 괴롭히면 죽인다” 폭언
층간소음 갈등에 ‘보복 소음’
부모에 벌금형·집유 등 선고
SNS 이용 성적학대도 늘어

A씨는 일곱 살인 아들이 동갑내기 B군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수’를 했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먼저 B군의 부모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자 놀이터로 가서 B군을 직접 만났다. A씨는 아들이 당한 것처럼 B군을 엎드리라고 시키고 아들을 왜 때렸냐고 물었다. B군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A씨의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잖아”라고 말했다. 격분한 A씨는 B군의 얼굴을 한 대 때리고 아들에게도 B군을 때리도록 했다. 2020년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신체적 학대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선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아주대 연구팀에 의뢰해 최근 발간한 ‘2020~2022 아동학대사건 판례집’을 보면, 3년간 국내 각급 법원에서 아동학대로 판결이 난 사례는 총 5490건이다. 연구팀은 이 중 132건을 분석했는데, 이 기간 A씨의 사례처럼 이른바 ‘보복성 학대’가 새로운 유형의 아동학대로 확인됐다.

수집된 판례를 보면, 자녀가 피해를 당했을 때 직접 가해 아동에게 보복성 행위를 한 사례가 많았다. 2021년 자녀를 괴롭힌다는 이유로 6세 아동 2명에게 “한 번만 더 괴롭히면 죽여버린다” 등 폭언과 멱살잡이 등을 한 C씨에게는 1심에서 벌금 200만원과 함께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내려졌다.

D씨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위층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다 총 27번에 걸쳐 영상·음악 등을 틀어 위층에 소음이 전달되도록 했다. 이 중에는 신음소리 등도 포함됐다. D씨는 위층에 아동(당시 15세)이 살고 있다는 걸을 알고 있었다. 2021년 1심 재판부는 D씨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아동에게 욕설과 혐오성 발언을 한 것이 정서학대로 인정된 판례도 눈에 띈다. E씨는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하던 이웃 F씨와 F씨의 아들(당시 15세)이 아파트 분리배출장에 있는 것을 보고 베란다 창문을 열고 장애인 혐오 발언 및 욕설을 했다. F씨에게는 뇌병변 장애 아들(피해 아동의 형)이 있다. 2022년 1심 재판부는 E씨의 행동을 F씨의 아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연구팀은 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전기통신매체를 통한 성적학대가 늘고, 향후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피해 아동(당시 12세)에게 SNS 메신저로 성관계와 관련된 문자 메시지를 여러 번 보낸 회사원은 2021년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SNS 메시지로 피해 아동(12세)에게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는 글을 보낸 피고인에게 2020년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선고했다.

연구팀은 사회적 인식과 법률 변화가 아동학대 판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인 관심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비밀녹음 문제 등 학생 인권과 교권 사이의 균형점 찾기 등 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아동학대 관련 현안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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