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빈곤시대]⑧ “아프니까 청춘인 시대 끝나… 복잡한 청년 문제 맞춤형 정책 필요”

김유진 기자 2024.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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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청년 정치인 지상대담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장 “청년에 파격적인 금융 혜택 필요”
최 “전세사기 선보상 등 체감 정책 필요”
그래픽=정서희

청년 빈곤은 물질적 빈곤에서부터 심리적 빈곤까지 그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고용·주거 등 일부 측면만 집중하고 있어 청년층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성장이 정체된 시기 경쟁에서 도태돼 생존마저 위협받는 청년층은 혐오와 차별에 익숙해지고 있다. 결국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존립 위기로 이어진다.

조선비즈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여야 청년 정치인을 만났다.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과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아프니까 청춘인 시대는 끝났다. 청년층의 빈곤은 더는 가난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며 “청년의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만큼 정책도 이에 맞춰 세분화돼야 할 때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지금의 청년세대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장예찬 “하나의 키워드로 진단이 안 된다는 게 청년 세대의 특징인 것 같다. 청년층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라고 뭉뚱그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크다. M세대와 Z세대의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어느 기사에서는 MZ세대가 오마카세와 명품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다른 기사에서는 MZ세대가 월세 낼 돈도 없어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 또, 청년들 안에서도 빈곤층이 있고 수도권과 지방의 문제가 다르고, 자립 준비 청년과 고립 은둔 청년의 문제가 다르다. 청년들이 겪는 문제가 다양해지고 있어 청년의 문제를 하나로 정의하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

최민석 “현 청년세대의 키워드는 이념에서 자유로운 세대, 생존, 혐오와 차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청년세대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우파와 좌파라고 나뉘는 첨예한 기준점인 전쟁과 민주화를 경험해 보지 못해 이념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세대다. 이는 청년들이 전쟁과 민주화 이후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세상에서 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년세대는 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 내 몫을 차지하기 위해 타인을 짓밟아야 하는 생존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청년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빈곤하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예찬 “청년층의 경제적 빈곤 문제는 늘 있었다. 실질적인 빈곤의 악화도 문제겠지만, 청년세대에서 평균보다 떨어지는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상대적 빈곤, 즉 박탈감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지는 것 같다. 소셜미디어(SNS)를 보면 일부 청년층은 호캉스를 하거나 명품을 사며 모든 것을 다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청년이 더 많다. 실질적 빈곤 문제도 집중해야 하지만, 상대적 빈곤의 문제가 더 크다.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이나 심리 관리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민석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청년의 빈곤을 낭만적으로 이야기할 시간은 지났다. 서울시 청년의 빈곤율이 55%이고, 고립 은둔 청년 54만명 중 75%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러한 지표에서 청년들이 빈곤과 실업 등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청년의 빈곤은 개인의 노력 유무의 결과라고 책임을 묻기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과거의 청년 빈곤과 현재 청년 세대가 맞닥뜨린 빈곤은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내가 빈곤하면 타인을 해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

―현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장예찬 “윤석열 정부 들어 청년을 포함한 국민 전체의 심리 건강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고립은둔청년 등 과열된 경쟁에 지친 청년세대에 국가 차원의 의료 서비스나 심리 상담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같이 청년층의 문제가 파편화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재원을 통해서만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더 깊고 세분화된 정책 적용이 필요하다”

최민석 “현재 청년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청년 정책은 일자리, 주거, 육아에 국한돼 있다. 청년들이 당장 헤쳐 나가야 하는 문제보다 정책이 거시적인 문제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또, 정책 자체가 지원을 받기 위해선 너무 많은 조건으로 설계돼 있다. 바쁜 청년들은 지원을 받느라 시간을 허비하느니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 방법을 알아보는 게 와닿는 상황이다. 이는 현 정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청년 정책을 해왔던 우리 사회의 한계라고 생각된다.”

그래픽=정서희

―청년층을 위한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장예찬 “청년 정책을 한 정권의 정책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은둔고립청년 같은 경우 이들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은 조(兆) 단위를 넘어간다. 현 정부에서 (은둔고립청년 등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고 계속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다음 정부에서도 이는 계속 이어지는 중요한 아젠다가 돼야 한다.”

최민석 “청년 정책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청년의 삶의 범주를 넓게 바라보고, 그 삶을 가까이에서 세심하고 다양하게 보듬는 정책이 우선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정치가 나의 삶을 지켜준다라고 청년들은 체감할 것이다.”

―당 차원에서 필요한 청년 특화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예찬 “청년과 사회초년생들에게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높은 대출의 벽에 막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많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동산이라는 확실한 담보 물건이 있으면 생애 첫 주택 구매라든지 가족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한 전세 등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줘야 한다.”

최민석 “청년들의 혐오와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논의됐던 ‘탈모약 건강보험적용’과 ‘전세 사기 선(先)구제 후(後)구상’ 등이 대표적인 청년 정책이다. 탈모약 건보 적용 공약 같은 경우에는 조금 우습게 보일 수 있는데 여기엔 굉장히 큰 함의가 있다. 이 공약은 육아, 일자리 등 이미 정치 구호가 돼버린 정책 말고 ‘내가 지금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생각해 주고 있구나’라고 청년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전세 사기 대책과 관련한 선구제 후구상 같은 경우에는 국가가 대신 싸워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증금은 청년들의 전 재산이다. 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현 정부는 이를 돌려주지 않고 같이 싸우자고 전장에 밀어 넣고 있다. 하지만 선구제 후구상이 이뤄진다면, 피해 청년들은 빠르게 일상 회복을 할 수 있고 국가가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청년빈곤시대] 글 싣는 순서

① 학자금 대출에 빚투, 결국 불법사채로… ‘빚 수렁’ 벼랑끝 2030

② 출발점 달랐던 두 청년, 10년 후 모습은… 빈곤 대물림 겪는 2030

③ 상위 20% ‘금수저’ 청년 평균 자산 10억 육박… 42%는 “난 빈곤층”

④ 주거 사다리 끊겼다… ‘부모 찬스’ 없으면 평생 월세 신세

⑤ 복지 사각지대 내몰린 2030… 기초생활수급자 5년 새 44% 증가

⑥ 20대 금융이해력 49점… 범죄·사기 노출된 금융문맹 청년층

⑦ “한국 청년은 왜 가난한가요?”… 촘촘한 청년 지원책 갖춘 독일·싱가포르

⑧ “아프니까 청춘인 시대 끝나… 복잡한 청년 문제 맞춤형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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