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실으면 곧 핵잠" 면피하던 北…넉 달 만에 '진짜 핵잠' 건조 과시

이창규 기자 2024.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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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SLCM 발사 현장에서 '핵동력잠수함' 건조사업 관련 과업 제시해 눈길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8차 당 대회 이후 첫 '진전' 여부 주목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해 9월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술핵공격잠수함'이 '핵잠수함'이라고 주장했던 북한이 실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선전용 수사일 것이라는 분석과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북한은 전날인 2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를 통해 지난 28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올해 새로 공개한 신형 '불화살-3-31형'이며 이 순항미사일이 잠수함 발사용(SLCM)으로 개발돼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군옥영웅함'으로 이름 붙인 잠수함을 공개하며 이 잠수함에서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당시 북한이 김군옥영웅함을 가리켜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는 실제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이를 두고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지 못한 북한이 주민들에게 김군옥영웅함의 진수가 곧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북한의 김군옥영웅함은 이와는 무관한 디젤엔진 잠수함이다.

실제 김정은 총비서는 진수식 연설에서 "잠수함에서는 동력체계와 잠항속도와 항해장비 수준 등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통칭 작전능력으로 평가된다"라면서도 "어떤 무장을 탑재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기본으로 되며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말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는 개념을 만든 의도를 자인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에 개최한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라며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밝혔으나 이후 사업의 진척 여부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9월 김 총비서의 발언이 나오면서 북한이 기술력 부족으로 핵잠수함 개발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그랬던 북한이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 보도에서 다시 핵잠수함 사업에 대해 '진전된' 언급을 내놨다.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핵동력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해당 부문들이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혔으며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주었다"라고 밝혔는데, '핵동력잠수함'은 곧 핵추진잠수함을 말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과 5개월여 전만 해도 핵잠수함 개발에 한계가 있음을 표출했던 북한이 다시 핵잠수함 개발에 진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언급한 국방력 강화 방안을 나름대로 순차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핵잠수함 개발에도 일정한 성과가 있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김군옥영웅함이 공개될 때쯤 북한과 러시아가 강력한 수준의 군사협력에 합의했고 현재까지 이를 계속 이행하고 있다는 점도 '성과 가능성'에 힘을 실어 주는 점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지원을 개시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작년부터 한미를 향한 강경 노선과 무력도발을 강화하고 올해에도 이를 더 심화하는 동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노선에 힘을 싣기 위한 선전용 수사를 던졌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동시에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상당수 전문가 핵잠수함 기술은 러시아에서도 외부 이전을 피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체제 불안정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북한에 이 기술이 전수될 여지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의 이번 행보가 러시아에 지원한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대한 반대급부를 원하는 '손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러시아에서 북한에 실질적인 기술 지원보다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자문'을 해 북한이 일정한 기술 진전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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