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문닫은 여자골프 스토브리그..대박 계약 줄고, 재계약 선호
초대형 계약 줄면서 몸값 상승폭도 낮아져
한화큐셀·대방건설 골프단도 신예 영입 마무리
PLK골프단, 올해 유일한 신규 골프단 창단
여자 골프 스토브리그가 조용히 끝나가고 있다. 올해는 대형 계약이 줄고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에 도장을 찍는 선수가 늘었다.
국내 여자골프의 스토브리그는 시즌만큼 뜨겁다. 정상급 선수 간의 몸값 경쟁이 펼쳐지면서 수십억원대의 대형 계약이 이어진다. 지난해에는 박민지와 임희정이 대형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2021년과 202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박민지는 원소속사인 NH투자증권과 국내 여자골프 최고 대우를 받고 재계약했고, 인기스타 임희정은 두산건설에 새 둥지를 틀면서 몸값을 높였다. 박민지와 임희정의 몸값은 연간 8~1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선 소속사 이적으로 대형 계약에 성공한 선수가 없었다. 대형 선수가 작년처럼 자유계약 시장에 많이 안 나온 것도 있지만, 꾸준하게 제기돼 온 여자골퍼들의 높아진 몸값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원소속사와 재계약하는 선수가 늘었다.
투어 5년 차 시즌을 맞는 정윤지는 일찌감치 원소속사 NH투자증권과 재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2020시즌 KLPGA 투어에 데뷔한 정윤지는 첫해 상금랭킹 48위로 시작해 2021시즌 23위, 2022시즌엔 1승 포함 상금 6위 그리고 2023년 상금 16위로 꾸준한 성적을 거둬 왔다. 2022년 성적과 비교하면 2023년엔 아쉬움이 있지만, 올해 활약을 기대하며 몸값을 높여 재계약에 성공했다.
정윤지의 매니지먼트 지애드 관계자는 “프로 데뷔 때부터 함께 한 시간의 의미, 계약 기간 중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양쪽 모두 만족할 수준에서 재계약했다”라고 밝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지난해 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참가해 수석 합격한 송가은도 원소속사인 MG새마을금고와 재계약했다.
송가은은 루키 시즌이던 2020년 MG새마을금고와 후원 계약했다. KLPGA 투어에서 세 시즌을 활동하며 2승을 거둔 송가은은 올해 재계약했다.
2023년 성적은 상금랭킹 43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2021년과 2022년 1승씩 거두는 등 꾸준한 활약을 해온 덕분에 3년 전보다 몸값을 20~30% 높였다.
지난해 상금랭킹 21위에 오른 전예성도 몸값을 소폭 높이는 조건으로 원소속사인 안강건설과 재계약했다.
골프단 운영 분위기도 예년과 달라졌다.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기존 선수들 중심으로 신예 1~2명을 영입하는 안정적 운영을 선호했다.
대방건설 골프단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이소미를 비롯해 이정은 그리고 KLPGA 투어의 현세린, 임진영 등과 모두 재계약했다. 여기에 신예 주가인을 영입한 것이 새로운 변화다.
여자골프의 큰손으로 불려 온 한화큐셀골프단은 신예 김민주, 박혜준을 영입했으나 큰돈을 쓰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이정민, 허다빈과 재계약하는 것으로 올해 스토브리그의 문을 닫았다.
스토브리그 분위기가 바뀌면서 골프단 창단도 줄었다. 이달 초 퍼시픽링스코리아가 8명의 여자 골퍼로 팀을 꾸린 게 유일하다. PLK골프단이 창단하면서 김지현과 이승연, 황예나 등이 새로운 모자로 바꿔 썼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몸값은 예년만큼 크게 오르지 않았다.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들은 대부분 이전 계약 조건에서 20~30% 정도 높아진 것에 만족했다. 그동안 KLPGA 투어에서 상금왕 등을 지냈거나 한 해 2~3승씩 기록한 정상급 스타의 몸값은 연간 5억원~8억원, 상금랭킹 10~30위권은 3~5억원씩 요구했다. 추가로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성적에 상관없이 인기가 많거나 미디어 노출이 많은 선수는 더 후한 대우를 요구했고, 특혜 선수도 나왔다. 그러나 올해 스토브리그에선 통하지 않았다.
A사의 골프마케팅 관계자는 “기업이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 후원하면서 그만큼의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성적이 좋은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그만한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라며 “그래도 이전에는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아 큰돈을 들여서라도 선수를 데려오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경기도 좋지 않아 골프마케팅에 큰 돈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의 입장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골프 매니지먼트 관계자도 “예년 스토브리그와 비교하면 확실히 그 분위기가 바뀌었다”라며 “돈을 쓰는 기업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대형 계약이 줄었다.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 새로운 기업으로 소속사를 옮겨 몸값을 높이기보다는 원소속사와 재계약하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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