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16강 신화 신태용 “대회 기간 중 다른 대표팀 감독 제안 받았다”…‘감독 한류’ 선봉장 지도력 비결은?[스경X도하]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16강 진출을 이룬 신태용 감독(54)이 대회 기간 중 다른 국가 대표팀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동남아시아 권역 국가는 아니라고 확인했다. 이번 대회 ‘감독 한류’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신 감독의 지도력을 눈여겨보는 지역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난 신 감독은 “일주일 전쯤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감독 교체 요구가 나오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권역 국가에서 온 제안이냐는 질문에는 “나는 동남아에서 더 감독하면 안 된다”며 우회적으로 다른 권역 국가에서 온 제안임을 드러냈다.
신 감독의 거취는 6월 이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재계약 얘기도 있고, 위약금을 내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일단 인도네시아와 계약 기간을 연장해서 6월까지 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계약은 2023년 12월까지였지만,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을 위해 올해 6월까지 단기적으로 계약을 연장했다.
분명한 사실은 신 감독의 지도력이 인도네시아는 물론 다른 곳에서까지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신 감독을 만들어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첫 번째로 꼽았다.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 시절 보좌했던 독일 출신 감독 울리 슈틸리케와의 일화도 떠올렸다. 신 감독은 “감독 부임하고 나서 4개월은 나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우리 문화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강했고, 본인이 유럽에서 하던 대로 지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설움에 내가 다른 나라 감독으로 가면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슈틸리케 사령탑 체제에서 2015 아시안컵에 참가한 한국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오만과 쿠웨이트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지만,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대회 초반부터 비난 여론이 거셌다. 신 감독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감독님 방을 찾아가 변화를 줘야 한다고 설득했다”면서 “우리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지도자가 정해준 대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다. 어느 정도는 틀을 짜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말에 동의하고, 휘슬을 건네주며 신 감독에게 전술훈련에 많은 권한을 부여했고, 준우승 성과까지 거뒀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문화에서 최우선 순위는 종교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존중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종교 문제는 1%도 터치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 나라는 무슬림이 70~80%다. 금요예배가 있는 날은 시합할 수가 없다. 그 부분이 힘들었다”면서도 “기도하고 경기하는 게 편하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식습관 개선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덥고 습한 기후 여건상 간이 세고 튀김 요리가 많이 발달했다. 신 감독은 “특히 튀김 요리는 먹으면 지구력이 떨어져서 안 된다. 식습관은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에게 프로 근성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도 빛을 봤다. 신 감독은 자신이 부임하고 나서 가장 좋아진 점이 무엇이냐는 말에 “젊은 선수들이 경기력에 있어서 오르락내리락 곡선을 그리기도 하지만 하고자 하는 투지나 패기는 계속해서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비결은 타이트한 생활계획표에 있었다. 신 감독은 자율 속에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훈련장 도착해서 2~3분 안에 준비를 마치는 한국 선수들과 달리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10분, 15분이 지나도 안 나오고 느긋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훈련 끝나고 샤워하는 시간, 식사하러 오는 시간까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게 시간표를 짰다”고 밝혔다. 종교 활동 등에서 자유를 주되 훈련장에서 규칙은 꼭 지키도록 했다. 신 감독은 “그렇게 해서 체질 변화하는 데 4년이 걸렸다”며 웃었다.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 부임 이후 2020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준우승, 2021 동남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성과를 올렸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동남아 지역 최대 라이벌 베트남을 조별리그에서 꺾었다. 조 3위로 16강 진출 막차를 타면서 태국과 함께 동남아 지역 유이한 토너먼트 진출 국가로 우뚝 섰다.
이번 대회 경기를 거듭할수록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자신감은 계속 올라갔고, 16강전에서 FIFA 랭킹 25위 호주를 상대로 강한 전방 압박, 높은 점유율에 초점을 맞추며 주도하는 경기를 펼치려고 노력했다. 신 감독은 “축구는 발로 하는 운동이고, 실수는 무조건 나오는 운동이다. 선수들에게 ‘너 자신을 믿어라. 실수가 나오면 바로 내가 다시 만회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싸우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다음 목표는 2026 북중미월드컵 지역 2차 예선 통과, 2024 파리 올림픽 최초 본선 진출이다. 신 감독은 “불가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멤버가 올림픽팀 멤버다. 월드컵 2차 예선도 홈 경기가 3번 남았다. 일정이 나쁘지 않아 해볼 만하다”며 웃었다. 그가 또 어떤 새 역사를 써낼지 궁금해진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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