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이제 변명 안 통한다, 상대가 명장이든 관중이 많든 사우디에 지면 끝이다 [카타르 현장]

[스타뉴스 |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이제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패하면 그 순간 탈락이다. 클린스만호가 '단두대 매치'의 시작을 알리는 16강에 돌입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오는 31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사우디는 56위다. 눈으로 보이는 전력에서는 한국이 앞선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토너먼트다.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토너먼트에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의 의미겠지만, 분명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는 성격부터 다르다. 조별리그는 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도 만회할 기회가 있다. 3경기 결과를 합해 다른 팀보다 성적이 좋으면 된다. 1위든 2위든, 심지어 조 3위 팀들도 다음 라운드 진출 기회가 있다.

하지만 토너먼트는 다르다. 한 번이라도 패한다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 상대보다 볼 점유율이 높든 슈팅을 많이 날렸든 상관이 없다. 스코어에서 뒤지면 탈락이다.

클린스만호는 E조 2위(1승2무)로 16강에 진출했다. 좋은 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바레인을 잡고 산뜻한 출발을 알렸지만, 요르단과 충격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자칫 경기에 질 뻔 했다. 3차전에서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3으로 비겼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클린스만 감독은 '추가시간이 더 길어서 실점했다', '심판 판정이 아쉬웠다', '말레이시아의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점 장면에서 상대 반칙이 있었다' 등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는 받아들여졌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부진했지만 탈락한 것은 아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를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변명은 안 통한다. 심판이 어떻든 추가시간이 몇 분이 나오든 경기에 패하면 그 순간 끝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동감한 부분이다. 그는 "조별리그에서 제 목표는 16강에 진출해 토너먼트에 나가는 것이었다.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앞만 보며 토너먼트를 진행하겠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질타도 할 수 있다. '감독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그런 질타를 해도 늦지 않는다. 대회를 치르는 기간에는 긍정적으로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탈리아 국적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끈 뒤 팀이 더 끈끈해지고 단단해졌다. 사우디는 이번 대회 F조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또 4골을 넣었는데 모두 득점자가 달랐다.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팀 전체가 움직인다. 카타르 아시안컵을 포함, 최근 A매치 8경기에서 6승 2무 무패행진까지 달리고 있다. 16강에서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열렬한 응원과 함께 한국에 맞선다. 3만여명의 사우디 팬들이 16강전을 찾을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도 분명 강한 팀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의 손흥민(토트넘),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스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발롱도르 22위에 이름을 올린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멤버 구성을 살펴보면 역대급 수준이다. 사우디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한국의 전력을 넘을 수는 없다. 명장 만치니, 사우디 팬들의 응원 등 어떤 외부요인이 있다고 해도 한국이 이겨야 하는 경기다. 또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승리가 필요하다. 클린스만도 더 이상 변명 없이 승리를 보여줘야 할 때다.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