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드라마'인가 '도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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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질문학아카데미(ABL)에서 한국·일본 등 아시아 드라마를 뜻하는 단어로 'dorama(도라마)'를 공식 어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즉 'K-drama', 'J-drama' 등과 같이 제작국가를 표시하지 않고 '도라마'로 표기하겠다는 것이다.
중남미에서 후발주자인 'K-드라마'가 기존의 '도라마'에 진입해 영역을 확장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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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질문학아카데미(ABL)에서 한국·일본 등 아시아 드라마를 뜻하는 단어로 'dorama(도라마)'를 공식 어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즉 'K-drama', 'J-drama' 등과 같이 제작국가를 표시하지 않고 '도라마'로 표기하겠다는 것이다. 대관절 이게 무슨 얘기인가.
ABL은 브라질 문학·문화계 최고기관으로 우리 '국립국어원'과 비교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도라마'를 '아시아에서 제작된 시리즈 형식의 시청각 작품'을 뜻하는 표제어로 등재한 것이다.
브라질에서 일본 이민의 역사는 116년이 넘고, 일본계 이민자가 200만명에 육박한다. 상파울루 리베르다지는 재팬타운으로 브라질 내 일본문화의 관문이다. 이를 통해 일본의 '아니메(アニメ)'와 '도라마(ドラマ)'가 진출했다. 짐작하시는 대로 이는 일본식 영어발음 즉 '재팽글리쉬'다.
중남미에는 엄연히 TV드라마를 뜻하는 텔레노벨라(telenovela)라는 말이 있다. 브라질은 텔레노벨라 강국이고 한때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 가운데 일본 도라마는 특유의 장르적 특성, 산업적 기반, 문화적 파급력 등으로 어필했다. 그러나 한류가 중남미에 상륙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2년 멕시코에서 '별은 내 가슴에', '이브의 모든 것'이 선풍을 일으켰다. 중남미 한류의 효시다. 이후 '겨울연가', '대장금', '천국의 계단' 등이 속속 진출했다. 브라질에는 2015년에 '아이리스'가 방영되었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가 열리면서 K-드라마가 만개했다.
그 변곡점은 '오징어 게임'으로 브라질에서는 '라운드 6'라는 제목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브라질 유력지 '폴랴 지 상파울루' 한류 특집기사에 따르면 브라질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 드라마 시청자가 많은 국가다. 그런데 아시아 드라마를 표기할 때 '도라마'로 단일화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일부 한국 교민들은 '도라마'가 공식 표제어가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쳤다. 바야흐로 중남미에서 K-드라마가 약진하고 있는데 '도로 도라마'라니 유감스러울 만도 하다. '도라마'로 통칭하지 않고,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언어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외국어에서 차용된 낱말이 다른 의미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에서 "아시아 드라마는 제작한 나라의 국적에 관계없이 '도라마'로 알려져 있으며, 도라마 팬들을 '도라메이로스'라고 한다"는 논문도 나와 있다. 이번 결정에 특별한 의도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K 없는 K-콘텐츠'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일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중남미에서 후발주자인 'K-드라마'가 기존의 '도라마'에 진입해 영역을 확장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브라질 사회의 저변에 있는 일본 문화의 존재감을 확인한 것인가.
이번 '도라마' 사태를 브라질 언론에서는 꽤 많이 다루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인기 K-드라마를 자료화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제작하고 K-팝 아이돌이 출연한 '옷장 너머로' 장면을 올린 기사도 있다. 누가 뭐라든 K-드라마가 대세인 것이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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