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로 인지→감독 면담→직무정지→구속영장→계약해지 '충격의 26시간', 표류하는 KIA 어쩌나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사상 초유의 사태다. 2년 연속 KIA 타이거즈가 수뇌부 논란으로 표류하고 있다. KIA 팬들은 물론 야구계가 충격의 26시간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KIA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지난 29일 KIA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김종국 감독이 수상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8일 구단을 통해서였다. KIA는 오후 4시 2분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지난 25일 김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27일 김 감독와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KIA는 30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출발 이틀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 그렇지만 KIA는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일단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구속 영장이 신청됐다. 꽤 심각한 사안임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현직 감독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러한 혐의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구속 심사까지 받는다.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는 계속될 전망이어서 KIA 감독 교체 가능성은 커지는 분위기였다.
검찰은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요구에 대해 조사하다가 김종국 감독와 연관된 혐의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 수수로만 알려졌었는데 한 매체에 따르면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감독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야말로 KIA 원클럽맨의 추락이다.
그리고 KIA 구단은 전격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시간은 29일 오후 5시49분이었다. 직무 정지 사실을 발표한 후 26시간만이다.
KIA는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종국 감독은 지난 2021년 12월 5일 KIA의 제10대 감독으로 공식 선임됐다. 당시 KIA 수석코치였던 김종국은 계약기간 3년, 연봉 2억 5000만원 계약을 맺고 사령탑에 올랐다.
구단은 김종국 감독의 선임 배경에 대해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 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KIA 타이거즈를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팀을 빠르게 정비하고 재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 특히 구단과 국가대표팀에서 쌓아온 다양한 코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996년 해태 타이거즈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종국 감독은 2009년까지 타이거즈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KBO 리그 통산 1359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7, 66홈런 429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김종국 감독은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도 출전해 4강 신화를 이뤄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KIA 코치를 지냈는데, 작전 코치와 주루 코치 등 여러 보직을 거쳤다. 그리고 2021시즌 수석코치가 돼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을 보좌했다.
명가 재건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오른 사령탑인데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검찰 포토 라인에 서게 되는 일이 발생한데다 결국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김 전 감독은 현역 야구 감독이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KIA에게 남겨진 당면 과제는 분위기 수습과 새 감독 선임이다. 어느 것 고를 것 없이 둘 다 시급한 사안이다. 선수단 분위기 수습은 코치들의 몫이 될 예정이다.
29일 먼저 호주로 출국한 진갑용 코치는 "나도 어제(28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선수들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너무 동요하지 말고, 항상 하던 식으로 준비를 하자'는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선수들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내일(30일) 잘 준비를 해서 호주로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두 차례 눈물을 쏟을 만큼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픈 사안이었다.
그리고 구단은 빠르게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선장이 새로 와야 배가 나아갈 수 있다. 시즌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인데 정작 다른 일로 골머리를 썩게 됐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