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상장=급등’은 옛말…엘앤에프, 새둥지 틀자마자 ‘주륵’
업황·실적 악화가 발목, 시총도 60위 밖으로 밀려
코스피200 조기 편입하려면 몸값 2兆 불려야 가능
이전상장 흑역사 “저평가 해소, 펀더멘털 개선 우선해야”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이전상장한 2차전지 테마주 엘앤에프(066970)가 첫날 8%대 하락하며 쓴맛을 봤다. 이삿짐을 풀기도 전에 어닝쇼크와 펀더멘털 우려가 덮치며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들어 코스피 이전과 함께 주가가 하락하는 ‘징크스’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코스피200 지수 편입도 6월은 돼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엘앤에프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피 이전상장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통보받은 16일 급등한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9거래일간 누적 하락률 29.22%를 기록하며 전저점이자 52주 저가인 12만7900원에 점차 다가서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가 9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이 148억원, 기관은 801억원 팔자로 대응한 탓이다.
엘앤에프의 약세는 최근 전방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주요 배경이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투자심리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6468억원, 영업적자 2804억원을 기록하면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수요 감소에 양극재 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올 상반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주가하락으로 이한 밸류에이션 매력 증가와 내년 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른 주가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추세를 이어가려면 역시 실적 개선이 받쳐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엘앤에프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3월 코스피200 편입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신규상장 대형주 특례조건인 매매거래일 기준 15일간 하루평균 시가총액 상위 50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탓이다. 연초 7조4000억원대였던 엘앤에프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5조2595억원으로 쪼그라들며 롯데케미칼(011170)과 한화솔루션(009830) 등에 이어 60위 밖으로 밀렸다. 50위권에 진입하려면 7조원대의 SK스퀘어(402340)를 넘어서야 하는데 이는 시가총액을 2조원 가까이 불려야 가능하다. 조기 편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올 6월 정기변경에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코스피 이전상장은 기업가치 재평가와 종목 인지도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코스닥 시장 투자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장기투자자 비중이 높은데다 투자자금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상장 공시 후 주가가 반짝 상승에 그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종목 중 상당수가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코스피 이전 후에는 주가가 하락한다는 ‘징크스’까지 생겨난 터다.
올초 코스피 시장으로 옮긴 포스코DX(022100)는 지난해 연말 8만원 가까이 상승하다 5만원대 중반으로 주가가 빠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전상장한 SK오션플랜트(100090)는 2만원대 초반에서 1만원대 중반으로, 비에이치(090460)는 2만원 중반에서 1만원대 후반까지 밀렸다. NICE(034310)신용정보는 8000원대까지 하락했다 1만원대를 겨우 회복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단순 이전상장 이슈보다는 펀더멘털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이전상장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은 이전에는 공식과 같았지만 이제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결국 업황 개선과 종목 자체의 펀더멘털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경쟁사 대비 구조적인 주가 저평가 해소 혹은 주주가치 극대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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