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분 오찬 회동 '윤-한' 충돌 봉합…민생 드라이브 재시동
사천·명품백 입장 차이 뒤로하고 민생 총력 합심
(서울=뉴스1) 정지형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7분에 이르는 오찬 회동에 전격 나서면서 일주일간 이어진 충돌 국면에 매듭을 지었다.
당정이 갈등을 봉합하고 단일대오를 회복한 만큼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매진한 민생 드라이브에 다시 전력투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차 한 잔 더 하자"고 제안하면서 오찬이 끝난 뒤에는 37분간 차담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공천 문제·영부인 논란 언급 없이 '민생 현안'만 논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관계는 지난 17일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출마를 깜짝 발표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사천(私薦) 문제가 불거진 것에 우려를 표명했고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양측에 입장 차이가 생기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결국 지난 21일 언론 보도를 통해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지지를 철회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여권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후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함께 점검하면서 봉합을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 윤 대통령이 당시 한 위원장에게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같이 상경하자고 제안하면서 파국은 피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전날 엿새 만에 다시 만나 오찬을 함께한 것을 두고 대립각을 풀고 완전 봉합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다.
사천 문제나 김 여사 논란 등 갈등을 촉발한 사안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민생 현안만 논의 테이블에 오른 점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오찬 자리에 있었던 이 수석은 사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가 주택, 철도 지하화를 비롯한 교통 등 다양한 민생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지나간 일에 얽매여 계속 대립하기보다 민생을 연결고리로 당정이 협력해 4월 총선 때까지 시너지를 내는 쪽을 택했다는 평가다.
◇갈등 빨리 봉합하고 다시 '민생 앞으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예상보다 빨리 오찬 회동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새로 교체된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오·만찬을 함께하는 것은 흔하게 있었지만 한 위원장 같은 경우 초반에 서로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또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한 위원장을 향해 '윤석열 아바타'라고 비판하는 상황을 고려해 무리해서 자리를 주선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이번에 충돌한 뒤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오·만찬 회동을 추진하기에는 냉각기가 더 필요하다는 예상이 나온 것도 이러한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엿새 만에 다시 만나면서 빠른 봉합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양측에 모두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오찬은 서천 시장 회동 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측에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정은 늘 소통하고 있고 충분하게 서로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전에도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과 같은 냉전이 이어질 경우 민생 행보가 전혀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민생토론회를 계기로 굵직한 민생 대책을 내놓으며 이슈를 선점하고 있었지만 당정 충돌 문제가 불거지면서 동력이 한풀 꺾인 상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참모 회의에서도 지난 22일 민생토론회에서 다뤄진 단통법 폐지를 언급하며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단통법 폐지뿐 아니라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 해제, 도서정가제 개선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정책이 다수 발표됐으나 윤 대통령이 당정 충돌 여파로 불참하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가 끝나고 이제 저출산, 교육 문제 등 사회 분야 토론회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당정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넘어갈 필요성이 크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정이 민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라며 "설령 잡음이 있었을지라도 민생 앞에서는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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