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맥아더, 실물 훈장 74년간 未수령...30대 ‘밀리터리 마니아’가 처음 알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장군이 지난 26일 74년 만에 우리 정부의 태극무공훈장을 전달받게 된 것은 한 30대 ‘밀덕’(밀리터리 마니아) 덕분이었다. 국방부는 29일 “한 군사 유물 수집가 블로그에서 ‘1950년 9월 1호 태극무공훈장 수훈자인 맥아더 장군이 훈장 실물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봤다는 제보를 받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JR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IT 업계 종사자 박종래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 본지에 “20세기 군사 물품 수집이 취미인데 ‘1호 태극무공훈장’ 생김새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맥아더기념관에 훈장 관련 문의를 했다”고 말했다. 2018년 일이었다.
당시 맥아더기념관 학예사가 보내준 훈장 사진은 건국공로훈장(1964년 수여)이었다고 한다. 박씨가 기념관에 ‘태극무공훈장이 아니다’라고 전하자 기념관 측에서는 관련 자료를 살펴 본 뒤 “태극무공훈장 실물은 나중에 받기로 돼 있었는데 받은 바가 없다”고 알려왔다. 이에 박씨는 국가기록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태극무공훈장 훈기부’ 내용을 확인했다. 훈기부에는 “(맥아더 장군이 훈장을 받을 당시에는) 무공훈장 제작이 되지 않아 건국공로훈장 1등급을 수여하고 추후에 훈장을 제작하면 교환하기로 하였음. (단기) 4283년(1950년) 9월 20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맥아더 장군이 6·25 전쟁 중 훈장 증서만 받고 실물 훈장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양국 관계 당국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박씨는 블로그에 “앞서 맥아더기념관 측은 1980년대에 주미 한국 대사관에 ‘훈장 실물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문의를 했으나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도 적었다. 박씨는 이 같은 내용을 2021년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 썼다. 이 글을 본 제보자가 지난해 국방부에 알리면서 훈장 전달 절차가 시작됐다. 박씨와 제보자는 지난해 9월 훈장 실물 전달이 확정된 이후 국방부로부터 고맙다는 뜻을 담은 ‘감사장’을 받았다.
그는 “당시 연락했던 맥아더기념관 학예사에게 훈장이 전달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번 훈장 수여 사실이 보도되면서 일각에서는 ‘맥아더 장군이 훈장을 받을만 했느냐’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그는 “맥아더 장군의 역사적인 공과와는 별개로 1950년 당시에 그의 공훈이 인정되어 무공훈장 수여 결정이 됐는데, 괜스레 이번 전달 건으로 인해 여론이 갈라지는 모습은 조금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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