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式 ‘카테나치오’ 뚫어라...한국 내일 오전 1시 16강전
이탈리아 축구에는 ‘가장 아름다운 경기 결과는 1대0′이라는 말이 있다. 수비벽을 두껍게 쌓아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게 이상적이라는 뜻. 그런 전통에서 ‘카테나치오(Catenaccio·빗장)’가 나왔다. 한국과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16강전을 치르는 사우디 아라비아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만치니(60). 그는 사우디 대표팀에 ‘카테나치오’를 입혔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사우디 리그 최고 수비수인 하산 탐바크티(25·알 힐랄), 알 불라이히(35·알 힐랄)와 직접 발탁한 알리 라자미(28·알 나스르) 3명을 최후방에 배치한다. 중앙 수비수 셋을 두는 ‘스리 백’ 전술. 여기에 양 측면 미드필더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해 사실상 수비수 5명을 두는 전술을 선호한다. 사우디는 이런 늪 같은 수비로 지난해 11월 파키스탄전(4대0 승)부터 최근 8경기에서 6승 2무를 거뒀다. 그동안 허용한 건 단 한 골. 이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 리그 1차전 오만전(2대1 승)뿐이었다. 그마저도 페널티킥이었다.
이 카테나치오를 깨는 게 한국 공격진 과제다. 이 짠물 수비에 대적할 만한 믿는 구석이 한국에 있다.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올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다. 황희찬은 올 시즌 소속팀 리그 경기에서만 10골을 넣으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순위 6위에 오를 만큼 물이 올랐다. 이번 대회 1~2차전은 왼쪽 엉덩이 부상으로 빠졌고, 3차전에선 후반 18분 들어가 실전 감각을 익혔다. 사우디전에선 본래 자리인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사우디 수비진을 공략할 각오다. 여기에 종아리를 다쳤던 왼쪽 수비수 김진수(32·전북)도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여 일단 베스트 11 총출동이란 조건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수비에 약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사우디 선수들은 자기 시야에 보이는 선수는 강하고 타이트하게 막는다. 하지만 공이 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일 때는 마크를 다 놓친다. 측면에서 흔들어주면 수비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사우디 수비진 키가 큰 편이 아니다. 제공권을 활용한 득점이 나와줘야 한다”고 했다. 일단 객관적 전력은 한국이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사우디가 56위. 지난해 9월 평가전에서도 1대0으로 제압한 바 있다. 당시 슈팅 수 13-5, 코너킥 9-3 등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한 건 한국이었다.
다만 이번 대회 기세는 다소 다르다. 사우디는 2연승(최종 2승 1무)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여유를 가진 반면, 한국은 3차전까지 고전하면서 1승 2무로 조 2위라는 기대 이하 성적을 냈다. 분위기 싸움에선 다소 밀리는 양상이지만 기존 유럽파 핵심 손흥민(32·토트넘)·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콤비에 황희찬이 가세하는 건 천군만마다.
사령탑 지략 대결은 일단 만치니가 우위다. 동갑내기인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 감독과 만치니는 현역 시절 줄곧 맞붙어왔다. 선수로서는 클린스만이 우세했다. 만치니도 유럽을 대표하는 미드필더였지만,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였던 클린스만보다는 살짝 부족했다. 함께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뛴 1989~1993년 클린스만은 인테르 밀란에서 리그 34골, 만치니는 삼프도리아에서 29골을 넣었다. 감독으로서는 만치니는 2011-2012시즌 맨체스터 시티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 2020년 이탈리아 대표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우승을 이끄는 등 명장 반열에 올랐다. 클린스만은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3년 북중미 골드컵을 우승한 게 유일한 트로피다.
지난해 9월 한국과 사우디 평가전 당시에도 만치니가 감독이긴 했지만 부임한 지 3주일가량밖에 되지 않아 진정한 평가는 어렵다. 확실한 건 카테나치오를 정착시킨 지금 사우디는 그때랑 다르다는 분석이다. 양국 통산 상대 전적은 5승 8무 5패다.
29일 기자회견에선 사우디 기자들은 클린스만에게 ‘말레이시아와 일부러 비겨서 사우디와 뛰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클린스만은 “이기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비기고 말았을 뿐, 사우디에 대한 존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일도 늘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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