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한 尹, 함께 바라본 韓 "당정 늘 소통하고 있어"... 일단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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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은 처음인가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창가 근처로 데려갔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민생을 강조하며 '당정 협력'을 각별히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정은 늘 소통하고 있고, 충분하게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 속내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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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소통하고 있어"...韓, 취임 후 '윤석열 정부' 첫 언급
명품백 의혹·공천 갈등 여전...총선 앞 '전략적 휴전' 시각
"이 방은 처음인가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창가 근처로 데려갔다. 손가락으로 용산 일대 전경을 일일이 가리키며 소개했다. 한 위원장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 위원장 사퇴를 놓고 충돌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그렇게 양측은 애써 앙금을 묻는 모양새를 취했다. 서로에게 민감한 이슈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이나 총선 공천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韓 초청한 尹 대통령, 민생 고리 '당정협력' 강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민생'을 고리로 다시 얼굴을 맞댔다. 앞서 23일 충남 서천 화재현장에서 만나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를 함께 타고 한시간 넘게 마주한 뒤 6일 만에 마련된 자리다. 당시 한 위원장의 현장 행보에 윤 대통령이 지방 일정을 맞췄다면, 이날은 용산 대통령실로 한 위원장을 초청해 4·10 총선을 앞두고 당정 간 '공통 분모'를 찾는 데 주력했다.
두 사람은 2시간 37분 간 오찬과 차담을 함께 했다. 당초 차담은 예정에 없었지만 '집무실에서 차 한 잔 더 하자'는 윤 대통령의 즉흥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든 접점을 늘려 갈등의 소지를 줄이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다만, 문제를 촉발한 명품백과 공천 문제는 건드리지 않아 갈등의 불씨가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 '재회'의 명분은 민생 현안 논의였다. △주택문제 △철도 지하화 등 교통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국회의 노력을 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민생을 강조하며 '당정 협력'을 각별히 당부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찬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만남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생 문제를 위해 당정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라고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민생 문제를 하나하나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차담회에서도 같은 맥락의 얘기를 나눴고, 주제는 바뀌지 않았다"고 전했다.
"만남 자체에 의미" 관계 개선 의지 보인 尹·韓
실제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윤석열 정부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정은 늘 소통하고 있고, 충분하게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 속내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화답하듯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두 차례 언급했다. 지난달 취임 이후 '우리 정부'라는 발언은 있었지만 윤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론한 건 처음이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실과 당이 공감대 형성이 용이한 '쉬운 문제'를 시작으로 입장차를 좁혀나가는 과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난번 기차 동행에 이어 민생 관련 협의가 긴밀하게 이뤄진 데 주목해야 한다"며 "만난 내용보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명품백 의혹·김경율 공천' 갈등 뇌관 여전
반면 명품백 의혹과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 문제는 언제든 양측을 자극할 만한 사안이다. 이날 자리를 '갈등 해소'보다 '전략적 휴전'으로 보는 이유다. 특히 오찬 자리에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장동혁 사무총장, '한동훈 비대위' 위원 등이 빠진 것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앙금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번 혁신위원장과의 식사 자리에도 인요한 위원장만 오셨다. 다음에 확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두 분(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을 초청하는 게 적절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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