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럴 바엔 정의당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정의다

조선일보 2024. 1. 3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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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2차 전국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28. bjko@newsis.com

정의당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후보로 비례대표 의원이 되면 의원직을 2년만 하고 사퇴해 비례대표 후순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원직을 물려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임기는 헌법에 4년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정의당은 의원 1명의 4년 임기를 2명이 2년씩 나누겠다는 것이다. ‘나눠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의원 개개인이 가진 특권을 축소할 대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불성설이란 사실을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헌법을 농락하고 정치를 희화화하면서 당 이름은 ‘정의’라고 한다.

앞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의원직을 스스로 그만뒀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승계해 넉 달짜리 국회의원이 돼 현재 6석인 정의당 의석을 4월 총선까지 지킬 수 있다. 그래야 투표용지에 ‘기호 3번’이 된다는 것이다. 이 꼼수 사직 안건은 국회에서 찬성 179표, 반대 76표로 통과됐다. 한심한 국회의 한심한 작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의당 데스노트’란 말이 있었다. 정의당이 반대하는 고위직은 어김없이 낙마한다는 뜻이었다. 정의당은 2019년 조국 사태 초반만 해도 조씨에게 “버틸 수 있겠냐”고 했다. 그러다 돌연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며 ‘데스노트’에서 제외했다. 알고 보니 민주당이 원하는 공수처 신설과 정의당이 원하는 선거법을 맞바꾸는 뒷거래를 한 것이었다. “당명에서 정의를 빼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탈당이 줄을 이었다. 막상 총선에선 위성 정당을 만든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아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2021년 당대표가 같은 당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고, 2022년엔 청년 대표가 당 관계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 박원순 조문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성추행 가해자 옹호당’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런 당이 4월 총선에서 의석을 늘리기 위해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결성했다. 나라와 선거를 희화화한 현행 선거법이 결국 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비례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떴다방’ 식 정당을 만든 것이다. 이런 정의당은 이제 간판을 내리는 것이 한국 정치를 위한 진정한 ‘정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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