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깊어지는 백악관, 미군 사망에 “보복 한다...확전은 원치 않아”
“아군 드론과 혼동해 피습 못 막아”
이란 정부 연계 암살 조직 제재도
미 백악관은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3명이 사망한 데 대해 보복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이란과의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군이 희생된 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4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공습 하루만에 부상자가 20여명에서 40명으로 급속히 늘면서 강력하게 보복해야 한다는 압박을 전방위로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대응 수위’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 미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군인들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일은 해야 한다. 우리는 대응할 예정”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적합한 시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커비는 “우리는 이란이 이들 단체의 배후에 있으며,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친이란 세력에) 제공하는 걸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중동 확전 가능성을 우려한 듯 이란과의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과의 확전(wider war)을 원하지 않고, 지역(중동)에서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커비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우리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모색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는데 대응은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이란 영토 내부를 타격하지 않는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어떻게 할지 예고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징할 것”이라며 “(실행에) 앞서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우리는 대응할 것이며 그 대응은 여러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지속적일 것”이라고 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공습에 따른 미군 부상자가 40명 이상이고, 이 수치는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싱 대변인은 “외상성 뇌손상(TBI) 특성상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부상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당시 공습으로 미군 3명이 즉사했고, 부상자 수는 2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지만, 24시간 사이 부상자가 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 군 당국과 백악관은 전날 친이란 무장단체가 27일 밤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를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즉각 보복 방침을 밝혔다.
‘타워 22′에 있던 미군이 친이란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 습격을 당한 건 아군 드론과 혼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WSJ는 “미군 소속 드론이 임무 수행 후 기지로 복귀하던 시점에 민병대가 보낸 드론이 미군 기지로 침투하면서 아군기인지 적군기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혼동을 일으켰다는 게 당국이 내린 잠정 결론”이라고 했다. 미국 드론이 복귀하는 틈을 타 이들 적군 드론이 함께 기지에 침투했다는 것이다. 다만 미 국방부 관리는 이란이 배후에서 이번 공격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 정부는 이날 이란 반체제 인사 암살 등에 연루된 개인 1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마약 밀매업자인 나지 이브라힘 샤리피-진다쉬티와 그 측근 인사 등에 대한 제재를 영국 정부와 공동으로 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란 정보안보부(MOIS)의 명령에 따라 반이란 체제 인사들에 대한 납치와 암살 등을 수행했다고 미 정부는 밝혔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국제적으로 탄압을 확대하려는 이란 정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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