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따따블 주만 5개... 증시 부진한데 ‘이곳’만 이상 과열

국내 증시 부진에도 상장 첫날 ‘따따블’ 잇따라

29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포스뱅크가 장중 ‘따블’(공모가의 2배 상승)에 성공했다. 공모가 1만8000원인데, 개장 직후 213% 급등해 5만6300원에 거래됐다. 이후 상승 폭이 30%로 줄어 마감했지만, 이날 코스닥이 2% 넘게 하락한 걸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포스뱅크는 포스(판매 정보관리시스템)·키오스크(무인주문기) 제조사다.

연초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공모주 시장만 과열 양상이다. 지난달 증시에 데뷔한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DS단석 등이 연달아 상장 첫날 ‘따따블(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성공한 것은 물론, 합병 전까진 실체가 없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까지 상장일에 수백% 오르는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증시가 부진하자, 그나마 수익이 날 수 있는 공모주 시장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며 “고평가된 공모주의 경우 향후 거품이 꺼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두 달 새 따따블 새내기주 5개 탄생

이달엔 지난 24일 원자력 장비 기업 우진엔텍, 26일 조선 기자재 전문 기업 현대힘스가 상장일에 ‘따따블’에 성공했다. 우진엔텍은 따따블 이후에도 매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상장 첫날 300% 오른 데 이어 이튿날 상한가(30% 상승), 사흘째에도 13% 오르는 등 강세가 이어졌다. 주가는 상장 사흘 만에 공모가의 6배 수준으로 폭등했다.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 HB인베스트먼트는 코스닥에 데뷔한 지난 25일, 장중 ‘따블’에 성공했다.

심지어 이익을 내는 영업활동 없이 오로지 다른 법인과의 합병만을 위해 설립된 스팩(SPAC)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24일 상장한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은 장중 공모가(2000원)의 3배가 넘는 6500원까지 올랐다.

◇새해 청약 증거금만 29조원

공모주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자, 시중 유동 자금도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우진엔텍·HB인베스트먼트·현대힘스·포스뱅크·이닉스 등 5사가 끌어모은 청약 증거금은 약 29조원에 달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도 1645대1로 작년 기업공개(IPO) 시장 평균 청약 경쟁률(691대1)보다 두 배 넘게 높았다. 이에 이들 5사 공모가는 모두 희망 공모가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결정됐다. 공모주 시장이 호황을 맞자 최근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가 6년 만에 상장 재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공모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모주에 과도하게 관심이 쏠려 과열되고, 고평가된 공모주가 급락하며 (전체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던 경험을 잊으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박’을 쳤던 공모주가 얼마 못 가 급락하기도 한다. 예컨대 작년 6월 상장일 가격제한폭 상단이 260%에서 400%로 높아진 이후 최초로 지난달 6일 따따블에 성공했던 케이엔에스 주가는 현재 상장 후 최고가(12만3700원)보다 69% 급락한 3만8700원으로 내려앉았다. 따따블 2·3호인 LS머트리얼즈와 DS단석도 상장 직후 최고가 대비 각각 45%, 34% 하락했다.

◇공모주 열기 틈탄 사기 기승

한편 최근 들어 공모주 투자 열기를 노린 사기까지 기승을 부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자신들에게 사전 청약을 하면 공모가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거나 청약 물량을 더 많이 받아주겠다며 거액의 돈을 받고 잠적하는 등의 수법이다.

수법도 진화해서 전화 권유, 온라인 불법 리딩방을 넘어 IPO를 앞둔 기업 홈페이지를 가짜로 만들고 사전 청약을 한다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피싱’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적발된 현대힘스 공모주 불법 피싱 사이트엔 ‘IPO 진행 전 사전 물량 신청’ ‘75만주 한정 선착순 공급’ ‘170% 수익’ 등 미끼성 문구가 수두룩했다.

금감원은 “IPO 공모주 청약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진행되므로 반드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를 확인해야 한다”며 “전화나 문자 등을 통한 투자 권유에 응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