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태국의 형제 ‘리틀 타이거’
“오래지 않아 머나먼 나라 우리의 우방 태국 군인이 왔지/ 그들은 국가를 위해 적을 물리치고 자유를 드높이고자 했어/ 그 마음은 숭고하여 찬양할 만했지.”
1956년 태국 방콕 시내 한 전파사. 상점 앞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 ‘시앙크루안 짝 까올리’가 행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 처녀가 6·25 참전 태국 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이 노래를 만든 벤짜민은 6·25 참전 용사였다. 제목은 ‘한국에서의 울음소리’란 뜻으로, 태국인들은 이를 ‘아리당(아리랑)’이라 불렀다.
태국은 6·25 전쟁에 육·해·공군을 모두 파견했다. 아시아 국가 중 지원 의사를 가장 먼저 밝혔고, 참전 결정도 매우 빨랐다. 전투병 모집에 무려 1만5000여 명이 자원했다. 이 중 129명이 전사하고, 113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5명이 실종됐다. 1952년 11월 경기 연천 폭찹힐(PorkChop Hill)에선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백병전으로 사투를 벌이며 고지를 사수한 태국군에게 용맹함을 상징하는 ‘리틀 타이거’란 별칭이 붙었다.
그간 ‘리틀 타이거’와 ‘아리당’은 한·태 동반자 관계와 한류의 시발점으로 역할해 왔다. ‘아리당’은 1980년 동명의 태국 영화로, 1997년에는 태국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이달 18일 왕립쭐라롱건대학교 쏟싸이판툼코몬 극장에선 연극 ‘리틀 타이거 포 코리아(Little Tiger for Korea)’를 초연했다.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웹툰 내용을 토대로 주태국 한국문화원이 제작한 작품이다. 6·25 참전 용사의 후손인 외과 의사 ‘핌’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K팝 아이돌 ‘케이’를 구하기 위해 6·25 전쟁 당시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내용. 이 연극이 끝난 후 한 태국인 참전 용사는 “우리를 잊지 않아줘 정말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기도 포천 운천리 태국군 참전비에는 다음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육해공군 용사들! 여기 그들의 마지막 주둔지에 피 흘린 1296명의 뜻을 같이 새긴다.’ 한·태 수교 66주년을 맞는 올해, 70여 년 전 리틀 타이거들의 희생으로 다져진 ‘아리당’ 우정이 ‘한류’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상생의 문화로 한 단계 더 올라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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