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국 선사에 의존하는 한국… 홍해 사태, 우리는 지렛대가 없다
아라비아반도 좌측에 아덴만이 있다. 아덴만의 바브엘만데브를 지나서 북으로 홍해를 항해하면 수에즈운하가 나온다. 수에즈운하는 인도와 아시아를 유럽과 이어준다. 세계 물동량의 99%는 선박으로 이동되고 그중에서 컨테이너 화물의 30%가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정도로 세계 무역에서 홍해와 수에즈운하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작년 11월 말부터 후티 반군이 상선을 공격하자 홍해는 전쟁 구역으로 선포되었다. 미국, 영국 등 연합군이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 확전하는 양상이다. 군함이 상선을 호위하면서 홍해를 항해하지만, 드론으로 공격받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는 상선이 홍해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수에즈운하가 봉쇄되면 희망봉을 돌아서 항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10일 정도 항해가 길어진다. 동북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가는 컨테이너 선박이 출발 항구에 돌아오기까지는 90일이 걸린다. 이제는 110일이 걸린다고 보아야 한다. 매주 선박을 1척씩 투입한다면, 노선을 구성하는 데 총 12척이 필요한 것이 이제는 14척이 필요하다. 선박이 2척 더 필요한 것이다. 선박에 대한 추가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선박을 빌리는 운임이 오른다. 물론 항해 일수가 길어지면서 선박 연료유 사용이 증가하는 등 비용도 추가되기 때문에 운임이 오른다. 운임은 2배, 전쟁 보험료는 10배 올랐다.
당분간 수출입과 해상운송에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이런 기간이 지나 희망봉을 돌아서 항해하는 것이 새로운 운송 경로로 자리 잡으면 물류망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다만 2023년 11월의 운임보다 높은 운임이 될 것이다. 길어진 항해만큼 추가되는 선박 연료유 비용 등이 운임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모든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공급망 안정화에는 요소수 같은 원재료를 외국에서 구매하여 확보하는 것에 더해 안전하고 신속한 수송이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에 국회를 통과한 공급망기본법 등을 보면 안전하고 신속한 수송을 확보하는 내용은 희미하고 원재료 확보에만 치중하고 있다. 최근 일어난 홍해 사태는 공급망 안정화에는 수송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대만의 경우 에버그린과 양밍이라는 원양 정기선사 두 곳이 있다. 양밍은 정부가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공적인 기능을 한다. 에버그린은 완전히 사기업으로 자유롭게 영업하지만, 양밍사는 긴급하게 선박을 투입하는 등 수출입 화물의 안정된 수송에 이바지한다. 프랑스의 컨테이너 선사 CMA CGM은 코로나 사태 시 수입 화물 운임의 10%를 할인해 주기도 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런 안전판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태평양과 유럽 정기선 수출입 화물의 20%만 우리 선박으로 실어 나른다. 80%는 외국 컨테이너 선사에 의존한다. 대만이나 프랑스 같은 정도의 정책 수단을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 원양 정기선사인 HMM은 아직도 선복량이 100만TEU(1TEU는 약 6미터 컨테이너 하나)가 되지 않는다. 대만은 200만TEU이다. 우리는 운신의 폭이 좁다. 우리 수출입 화물의 수송을 책임지는 우리 컨테이너 정기선사는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못할 때도 현재와 동일한 규칙적인 운송 서비스를 수출입 화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추가 선박의 투입이 필요하다. 비상시에 발생하는 추가 선박 공급은 고속도로망 마련 같은 인프라의 구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추가 비용은 국고에서 보조가 되어야 할 것이고, 공적 개념의 필수 선대가 예비로 확보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외국 컨테이너 선사에는 우리 정부가 행사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 우리 국적선의 운송 비율을 늘려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보다 원양 정기선사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약간의 위험에도 외국 선원들은 전쟁 위험 지역에 들어가지 않고 선박에서 내린다. 우리 선원들은 그렇지 않다. 애국심 가득한 우리 선원을 꾸준하게 충분히 양성하고 보유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홍해 사태는 수출입 화물의 안정적 수송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 안정된 수송망 구축을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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