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16] 미네르바의 올빼미
고대 아테네에서 발행한 4드라크마짜리 은화다. 앞면에는 투구를 쓴 아테나 여신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서는 이처럼 올빼미 한 마리가 형형한 눈빛으로 뚫어질 듯 정면을 바라본다. 이는 지름 2.5센티미터, 무게 17.2그램의 꽤 큼직한 동전으로, 4드라크마는 당시 평균 일당의 네 배에 달하는 큰 금액이었다. 기원전 500년쯤부터 무려 500년 동안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유역에서 메소포타미아까지 가장 널리 유통되던 화폐였다. 따라서 여러 지역에서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발행되었으나, 표준은 역시 아테네의 올빼미 은화였다. 문자 ‘ΑΘΕ’는 ‘아테네인들의’라는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올빼미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상징이자, 아크로폴리스의 수호자다. 아테나를 따라다니는 올빼미는 아테나조차 보지 못하는 곳에 내려앉아 온전한 진실을 여신에게 보여준다고 했다. 아테네인들은 전쟁터에 올빼미가 날면 승리가 온다고 믿었다. 칠흑 같은 밤에도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해 소리 없이 날아들어 틀림없이 낚아채는 영리하고도 유능한 사냥꾼 올빼미에게서 생겨난 믿음일 것이다. 동전 속 올빼미는 아테나 여신이 아테네인들에게 선물했다는 올리브 가지와 초승달을 등지고 섰다. 올빼미는 달이 떠야 날아오른다.
지혜의 상징인 ‘아테나의 올빼미’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이어져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됐다.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다’고 했다.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모든 사건이 끝나고 시간이 흐른 다음 고요한 성찰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지만,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는 지혜를 얻는다니, 올빼미족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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