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 SM엔터 정리하나... ‘수상한 거래’ 대대적 내부 감사

‘핵심 사업’ 추리기 돌입
SM, 연예인 1명뿐인 곳 22억원에 인수
사법적 부담 커진 SM 정리할 수도

카카오가 지난해 3월 인수한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에 대한 대대적인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이달 초 외부 로펌을 통해 SM엔터에 대한 회계 감사를 시작했다.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준법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SM엔터가 최대 주주인 카카오와 사전 상의 없이 ‘수상한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검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와 함께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해서도 사업 성과와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꼭 키워야 할 핵심 사업을 추리는 것이 목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속적으로 계열사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핵심 사업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진 계열사나 사업은 매각이나 합병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달 임직원 간담회에서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SM 투자 건에 대한 선제적 감사

카카오는 이달 초 SM엔터 경영진의 개인 PC 등에 대한 포렌식 조사에 나섰다. 장철혁 대표, 이성수 최고A&R책임자, 탁영준 최고운영책임자 등 최고위 임원들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 내부에서 이를 두고 ‘압수수색이다.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카카오 측은 “회사 소유의 업무용 PC에 한해 동의한 인원, 동의한 사항에 대해서만 자료 확인을 진행했다”며 “거부한 인원에 대한 자료 수집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는 SM엔터 경영진과 연관이 있는 합병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x엔터테인먼트(텐엑스엔터)의 경우 소속 연예인 1명에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회사였지만, SM엔터는 지난해 9월 자회사인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를 통해 이 회사를 22억원에 인수했다. 텐엑스엔터의 사내이사 2명이 SM엔터에서 일하고 있어 ‘측근 몰아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도 소속 연예인이 1명뿐인 회사를 인수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 밖에도 SM엔터는 더허브·스튜디오클론 등의 법인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와 사전 상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인들 역시 SM엔터 임원진과 가까운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는 정당한 회계 감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SM엔터의 재무 상황이 카카오 본사 연결 재무제표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SM엔터의 불투명한 투자는 카카오 본사의 배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SM엔터는 카카오가 20.76%,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9.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 당국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회계 이슈가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카카오가 선제적인 감사에 나섰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감사 결과에 따라서 카카오가 SM엔터 경영진을 전면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불투명한 거래가 현 경영진과 결부된 만큼 책임을 묻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현재 경영진 교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부 계열사·사업 매각 가능성도

일각에선 카카오가 SM엔터 재매각을 위해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카카오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후 고가 인수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SM엔터가 카카오에 사법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카카오가 SM엔터를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SM엔터의 경우, 인수 때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카카오는 이날 공시를 통해 “매각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SM엔터 회계감사와 함께 계열사 전반에 대한 사업 점검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나 사업에 대해 외부에 대략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