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아메리카나의 남자’ vs ‘미스터 무관심’ 슈퍼볼 빅뱅

황규인 기자 2024. 1.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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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스위프트의 연인 켈시… 19년 만의 ‘슈퍼볼 2연패’ 도전
신인 드래프트 262위 꼴찌 퍼디… 디트로이트에 ‘17점차 역전’ 주역
4년 전 맞대결선 캔자스시티 승리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 챔피언 켈시 트래비스 켈시(캔자스시티)가 29일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 우승 트로피를 손에 든 채 기뻐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켈시가 여자 친구 테일러 스위프트와 포옹하는 모습. 두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공개 연애 중이다. 볼티모어=AP 뉴시스
“나 어땠어, 자기야(What’s up, sweetie)?”

그라운드로 내려온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사진)를 발견한 남자 친구 트래비스 켈시(35·캔자스시티)가 두 팔을 벌렸다. 품에 안긴 스위프트와 짧게 입을 맞춘 켈시가 이렇게 묻자 스위프트는 “당신이 이렇게 멋져 보인 적은 없었다”면서 켈시의 가슴을 두드렸다. 켈시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스위프트의 남자 친구 켈시가 2년 연속으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무대를 밟는다. 지난 시즌 슈퍼볼 챔피언 캔자스시티는 29일 볼티모어 방문경기로 열린 AFC 챔프전에서 17-10 승리를 거뒀다. 캔자스시티가 다음 달 12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번 시즌 슈퍼볼에서도 우승하면 2003∼2004, 2004∼2005시즌 뉴잉글랜드 이후 19년 만에 슈퍼볼 2연패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캔자스시티는 1969∼1970시즌 슈퍼볼 정상을 차지한 뒤 49년 동안 우승은커녕 슈퍼볼 진출 기록도 남기지 못했던 팀이다. 그러다 주전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29)와 타이트엔드 켈시가 ‘찰떡 콤비’를 이뤄 2019∼2020시즌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번까지 총 네 차례 슈퍼볼에 올랐다. 이 다섯 시즌 동안 캔자스시티가 슈퍼볼에 오르지 못한 건 2021∼2022시즌뿐이다.

켈시는 이날도 경기 시작 7분 19초 만에 머홈스의 패스를 받아 선제 터치다운을 성공하는 등 양 팀 최다인 121야드 전진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켈시는 머홈스로부터 패스를 총 11번 받아내면서 포스트시즌 패스 리셉션 기록을 통산 156번으로 늘렸다. 전설적인 와이드 리시버 제리 라이스(62)의 151번을 뛰어넘은 이 부문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9월부터 켈시와 공개 연애 중인 스위프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셀럽’으로, 별명부터 ‘미스 아메리카나’다. 그의 공연이 열리는 도시에서 쇼핑몰, 식당, 호텔 등의 매출이 늘어나는 걸 뜻하는 신조어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가 등장할 정도로 경제적 영향력도 크다. 스위프트의 남자 친구가 된 뒤로 켈시의 유니폼 판매량도 400% 이상 늘었다. ‘나 어땠어, 자기야?’도 이날 바로 유행어가 됐다. 스위프트는 슈퍼볼 전날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콘서트 일정이 잡혀 있지만 공연이 끝나는 대로 비행기에 올라 슈퍼볼을 ‘직관’할 계획이다. 스위프트는 아직 슈퍼볼 ‘하프타임 쇼’ 공연을 한 적은 없다.
내셔널풋볼콘퍼런스 새 황제 퍼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데뷔 2년 만에 샌프란시스코를 내셔널풋볼콘퍼런스 정상까지 이끈 쿼터백 브록 퍼디. 아래 사진은 아이오와대 재학 시절부터 연인 사이인 제나 브랜트와 경기 후 포옹하는 장면.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미스 아메리카나’의 응원에 맞서는 팀은 ‘미스터 무관심’ 브록 퍼디(25·쿼터백)가 이끄는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안방에서 열린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챔프전에서 디트로이트에 34-31 역전승을 거뒀다. 샌프란시스코는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7-24로 뒤져 있었지만 17점 차를 결국 뒤집었다. 콘퍼런스 챔프전 역사상 이렇게 큰 점수 차이를 뒤집은 건 이번 시즌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이다.

‘미스터 무관심(Mr. Irrelevant)’은 매 시즌 NFL 신인 드래프트 때 가장 마지막에 뽑힌 선수에게 붙는 별명이다. 퍼디는 2022∼2023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262번으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까지 팀을 슈퍼볼 무대로 이끈 쿼터백 가운데 지명 순번이 가장 늦은 선수가 퍼디다. 다만 아예 지명을 받지 못한 커트 워너(53)가 팀을 슈퍼볼에 세 차례 진출시킨 적은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캔자스시티가 슈퍼볼에서 맞대결하는 건 2019∼2020시즌 이후 4년 만이다. 당시에는 캔자스시티가 31-20으로 이겼다. 이번이 8번째 슈퍼볼인 샌프란시스코는 1993∼1994시즌 이후 3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샌프란시스코가 올해 우승하면 피츠버그, 뉴잉글랜드와 함께 슈퍼볼 최다(6회) 우승 팀이 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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