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령에 고위험상품 파는 은행들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가 엄청 다양하다. 예금·적금은 대부분 알지만, 펀드만 해도 종류가 많아 뭐가 뭔지 잘 모른다. ETF, ELS, ELT, ELF, DLF 등은 더욱더 모른다. 은행 직원조차 무슨 상품인지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입이 따로 없는 노인들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고 싶어한다. 은행들은 이런 고객을 대상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권유하는 일이 종종 있다. 고령의 투자자들은 은행 직원을 믿고 돈을 맡기게 된다. 복잡한 설명은 잘 모르겠고, 이자를 더 준다니 그냥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있다.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급락하면서 이 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총 판매 잔액은 19조3천억원 규모로 1분기 3조9천억원, 2분기 6조3천억원 등 절반 이상인 10조2천억원의 만기가 상반기에 돌아온다. 올해 들어 원금손실률이 상품 판매 당시인 2021년 상반기 고점 대비 60%에 육박한다. 만기가 다가올수록 손실률이 높아지는 상품 특성상 홍콩 증시가 살아나지 않으면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60대 이상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잔액이 지난해 11월말 기준 6조4천541억원으로 집계됐다. 90세 넘는 초고령층 22명에게 판매한 잔액도 90억8천만원이었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90대에게 이런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의 행태가 어처구니 없다.
판매액의 대부분인 15조9천억원어치를 취급한 은행권의 책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이 고령 투자자에게 상품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의심스럽다. 설명을 했다 해도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노후 보장 목적으로 돈을 맡기는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 퍼센트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 고난도 상품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금융당국은 고령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고위험 상품을 권유해 수수료를 챙기는 은행의 후진적 경영 행태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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