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설날 차례상에 전통주를 올려보자

경기일보 2024. 1.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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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 지방농업연구사

설날은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고 밝아오는 한 해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조상들도 평소에 먹지 않던 특별한 음식도 준비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떡국과 도소주(屠蘇酒)다. 떡국은 흰 가래떡을 썰어 맑은 장국에 넣고 끓인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조상 제사의 메(밥)를 대신해 내놓았다. 밥을 떡국이 대신했다면 음료는 도소주가 대신했다. 도소주에서 도소라는 말은 소(蘇)라고 하는 악귀를 물리친다는 뜻이다. 설날에 마시면 부정한 기(氣)를 피할 수 있다고 해 만든 술이다. 지금은 설에 도소주를 마시는 풍습은 사라졌다. 오히려 차례가 끝난 다음 ‘음복’이라 하여 제사에 쓴 술이나 음식을 그 자리에서 나눠 먹는다. 돌아가신 조상과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조상의 덕을 이어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금 차례에 사용되는 술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다. 얼마 전까지 차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술은 ‘정종(正宗)’이라는 청주였다. 주세법상 청주는 일본식 사케를 이야기한다.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일본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진 술들이 오랜 기간 명절 차례주로 사용된 것이다. 정종은 1840년 일본의 한 양조장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883년, 부산의 이마니시 양조장에서 정종이란 청주를 생산했다. 광복 후에도 일본 제조법의 청주는 쌀을 이용해 지속해서 생산됐고 자연스럽게 정종 하면 고급 술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명절에 좋은 술을 올린다는 생각에 정종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차례주라는 이름으로 전통적인 제조법을 사용하는 술의 비율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 차례주라는 이름의 우리 술과 함께 지역에 있는 전통주들을 차례에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전국에는 지역 전통주들 또는 우리 술(막걸리, 약주, 소주 등)이 많이 존재한다. 현재 양조장만 8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니 각 도에 적어도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양조장이 있는 것이다. 지역 술들의 지역의 쌀을 사용한다. 지역의 품질 좋은 전통주를 차례상에 사용하는 게 시중에 유통되는 술보다 의미가 있을 것이다. 차례는 조상들께 좋은 술을 올리는 동시에 결국 음복이라는 풍습을 통해 우리도 좋은 술을 마시게 된다. 전통주가 흩어져 있던 가족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됐으면 한다. 이번 설 명절에는 지역의 전통주들을 차례상에 사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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