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코리아 디스카운트
정부가 다음 달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해 국내 증시의 해묵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에 나선다고 한다.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조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장사 주요 투자지표인 PBR(주가순자산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을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 공시하고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권고한다. 기업가치 개선 우수 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 도입 등이 담길 예정이다.
사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는 0.9배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58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41배)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지난 10년(2012~2021년)간 한국 상장사의 평균 PBR는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수준이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원인은 다양하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낮은 배당성향과 주주환원 정책 미흡, 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및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 회계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지정학적 위험 등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주주환원은 주요 45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고작 29%에 불과하다. 가장 높은 시장은 미국으로 92%에 달했고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68%), 신흥국(37%), 중국(32%) 순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근 정부의 관심과 노력은 고무적이고 일단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원인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단편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올해 초 활황 중인 일본 닛케이지수는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책도 영향이 있겠지만, 엔저 현상과 이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결정적이다.
지난 17일 민생토론회에서 경제 유튜브 ‘슈카월드’의 슈카 전석재씨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관련 질문에 상속세 완화와 같은 과도한 세제들을 개혁해야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도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어설픈 진단은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주주환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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