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 칼럼] 정쟁을 안 끝내면... 정쟁이 우리를 끝낼 것이다
역사 속에서 위기는 언제든지 있었다. 다만 쉽게 비가시화(非可視化)되고, 무시당하고 누락당할 뿐이었다. 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났지만 그간의 시간은 하루가 천 년 같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지금 한국을 보면 남북 간 군사적 대립이 긴장을 더해 가고 있다. 국내 정치도 격변하며 경제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중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정치와 안보다.
요컨대 그동안 그칠줄 모르는 시위와 정치적 다툼은 이미 국민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감정적 시련을 안겨 준 지 오래다. 특검법과 명품백 몰카 공방, 야당 대표와 여당 의원 피습, 대통령 행사장 소동 논란까지 무한히 반복되는 극단적 정쟁과 지루함도 요원하기만 하다.
야당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라라는 비판이고, 여당은 켜켜이 쌓인 적폐를 털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향된 되갚음만을 반복’하는 전쟁 같은 정치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갈등이 더 깊어지며 길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정치가 승자독식으로 폭주하고 정치인들이 동원한 혐오와 차별로 더욱 위태롭고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게 될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지속돼 사회적 규범이 해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안보 상황 역시 쉽지 않다. 북한의 잇단 도발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그들의 ‘잦은 전쟁 언급이 허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위험한 경보음이어도 놀라지 않는 평정심은 담대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우리가 처한 가장 오래된 물음이지만 모든 상황에 대해 일관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북한의 가려진 호전성과 침략적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남북 간 공존공영이 우리 시대를 위한 진정한 평화라고 강변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전쟁을 벌이지 않고도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는 유화정책이 가장 평화적인 방안일 수도 있다지만 ‘남한 영토 평정’을 호언하는 잠재적 침략자에게 선물을 바치는 식의 오도된 평화는 아무리 전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노력이라 할지라도 현명하고 항구적인 평화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와 안보는 함께 작동한다. 그렇기에 좋은 정치가 있어야 튼튼한 안보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민생이 아니라 본인들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정치는 더 이상 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낸, 민주주의적 공동체의 가치들을 무너뜨리려 하는 데 멈추지 않고 오히려 국가 안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감각 자체까지 훼손할 뿐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기울여야 할 정치적 노력이 한낱 제 눈에 거슬리는 집단을 ‘적’으로 만들며 싸움하는 사이 우리 사회에 닥친 안보 위기의 심각성은 뒷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북돋울 나라 지킴이 어째서 절실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도 전쟁의 불안을 제거하고 자유와 평화를 지켜야 한다. 테러와의 전쟁, 핵과 미사일 같은 용어들은 상호 관용의 정치만이 해결할 수 있는 항목이다.
올 한 해는 우리가 마음을 단단히 여며야 하는 위기의 시대다. ‘살던 대로 살아서는’ 국가의 위기는 파멸적 국면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파국이 되기 전에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존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아마 우리가 정쟁을 끝내지 않으면 정쟁이 우리를 끝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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