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골재 70% 저품질”… 6명이 1512개 업체 검사
KS 인증 골재업체 1%도 안돼… 자연 골재 사용 줄고 재활용 등 증가
수시검사서 이물질 불합격 25%
콘크리트 강도 낮아져 ‘붕괴’ 우려
● 저품질 골재 사용 많고 세척도 미흡
문제는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자연채취 골재 생산량이 억제돼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은 산이나 바다 등 자연에서 채취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선별 파쇄 골재 비중이 더욱 높다. 골재는 시멘트와 섞어 콘크리트를 만드는 주 원료로 만약 이물질 등이 들어갈 경우 콘크리트 강도가 낮아져 붕괴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수도권 대형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자연환경이나 지역주민 민원을 고려하면 결국 자연 채취 골재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선별 파쇄나 순환골재 사용이 늘어나는 걸 고려하면 골재업체가 제대로 골재를 채취하고 생산하는지 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선별 파쇄 또는 재활용 골재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세척’이 핵심인데 건설업계에서는 이 공정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공사 현장에서 채취하는 선별파쇄석은 토분(흙)을 잘 털어내야 하고, 재활용 골재는 폐콘크리트에서 골재만 잘 골라내야 한다. 하지만 부피를 기준으로 골재 대금이 지급되다 보니 일부러 불순물을 남겨둔다는 의심도 많다. 대한콘크리트학회 관계자는 “골재는 ㎥당 단가를 책정하는데 흙을 털어내면 부피와 무게가 감소한다”며 “수익성을 위해 토분을 제대로 털어내거나 이물질을 세척하지 않고 골재를 납품하는 업체가 꽤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골재업체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골재채취업체 28곳 중 불합격 판정을 받은 7개(25%) 업체는 모두 생산 과정에서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토목공학과 교수는 “골재에 토분 등 이물질이 섞이면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골재업체들이 유통 과정에서 품질 좋은 산림 골재와 저품질 골재를 섞어서 납품하는 식으로 불량을 잡아내기 어렵도록 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 1512개 골재업체 검사에 6명 투입
골재 검사는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검사와 지자체 등의 요청으로 예고 없이 불시에 이뤄지는 수시검사로 나뉜다. 기존 정기검사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제출한 성적서만 확인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국토부는 2022년 7월 골재채취법 시행령을 개정해 정기검사를 직접 방문 검사로 전환했다. 다만 바뀐 정기검사도 검사 10일 전에 통보한다는 허점이 있다. 미리 검사에 대비해 현장을 정비할 수 있는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검사의 경우 761개 업체 중 38개 업체(5%)만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수시검사 불합격 판정률(25%)의 5분의 1 수준이다.
결국 수시검사를 늘려야 하지만 인력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토부는 2022년 7월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을 품질검사제도 품질관리 전문기관으로 지정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기관의 검사 인력은 고작 6명이다. 이들이 1000개 넘는 업체를 1년에 한 번씩 방문해 정기검사를 하고, 수시검사도 해야 한다. 한국골재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전국 현장에 나가고 있다”며 “수시검사를 확대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만 한국콘크리트학회 골재품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골재는 콘크리트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원자재이지만 관리감독은 후진국 수준”이라며 “생산 단계에서 골재가 제대로 생산되는지 알려면 검사 인력을 더 투입해 고품질 골재를 생산하는지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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