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걱정이 많은 한국인
2018년 초로 기억된다. 필자는 당시 KDB산업은행 뉴욕지점장으로 근무 중이었고 뉴욕한인상공인연합회(New York Korea Chamber of Commerce) 회원으로 뉴욕 맨해튼 근처 한 호텔에서 열린 월례 경제세미나에 참석했다. 강사로 초빙된 유럽 출신의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가 행사에 참석한 50여명의 한인 경제인에게 2018년 한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 질문했다. 올해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지, 아니면 좋아질지 손을 들게 했다.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행사에 참석한 모든 한인 경제인은 경제가 안 좋아질 것이란 데 손을 들었다. 그 광경을 보고 질문을 던진 IMF 이코노미스트가 오히려 더 놀라는 표정이었다. 한국은행 발표 기준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였고 2018년은 2.9%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 사람은 걱정을 많이 한다. 아마도 환경과 역사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어서 영하 10여도의 추운 겨울과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 대비하며 살아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외세의 침략을 받은 횟수가 거의 1000번에 달한다고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존하면서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매일 아침 "안녕하세요"라고 안부를 물으며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왔으리라.
걱정이 많으니 마음 편히 인생을 즐기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 인생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걱정을 많이 안 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닌가. 이솝우화 중 하나인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베짱이가 돼 열심히 일한 개미들에게 민폐를 끼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특히 걱정한다고 나아질 사안이 아니면 걱정은 조금만 하고 사는 게 좋은 것 아닌가.
한편 걱정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절체절명의 위험에 빠졌을지라도 그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걱정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면 걱정의 본질을 한 번 생각해보자. 걱정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불확실성의 연속인 미래는 수많은 것의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행동이나 조치 없이 계속 걱정만 하며 살아야 할까.
걱정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최소화하면서 조금 더 여유 있는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첫째, 할 수 있는 한 그 이슈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다. 둘째, 그 정보들에 기초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미리 간접 경험해보는 것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수집한 정보들에 기반해 만들어본 미래 최악의 시나리오가 견딜 만한 것이라면 걱정은 이제 그만하고 마음 편히 살자.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첫걸음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인구감소, 노령화, 부동산 PF 등 우리 사회의 많은 걱정거리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두 달 남짓 후 있을 국회의원 선거 관련 뉴스도 많다. 선거과정에서 논의될 주요 이슈들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복잡한 것들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걱정거리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걱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구체화할 수 있도록 행정부와 정치인들은 당파적이지 않은 객관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용기와 솔직함을 가지고 그 정보들에 기반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부디 우리가 극복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였으면 좋겠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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