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빙하기 기후변화, 두 발로 걷는 인류의 조상 만들었다
멸종 유인원 ‘루텡피테쿠스’ 화석에서 반고리관 분석
인류 보행 패턴 3단계로 진화
기후변화 시기와 반고리관 구조 변화 시기 같아
320만년 전 지구에 찾아 온 빙하기가 인류 조상을 두 발로 걷게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시기 이족보행을 했을 초기 유인원의 귀속 반고리관 구조가 빠르게 변했다는 사실이 최신 영상 기술로 밝혀지면서 먼 친척뻘인 인류 조상도 두 발로 걷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대(NYU)와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은 3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이노베이션’에 “인류 조상과 친척의 귀 내부 구조를 재현해 인간의 이족보행이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간은 다른 유인원과 달리 두 다리를 이용해 걷는다. 오랑우탄과 침팬지 같은 다른 유인원도 가끔 이족보행을 하지만 주로 네 발을 이용해 걷는다. 이런 이유로 이족보행은 인간과 유인원을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쓰인다.
인간이 이족보행을 하게 된 계기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보행 패턴을 분석하려면 골반, 대퇴골 같은 하체 골격의 화석이 필요한데, 유인원에서는 이런 종류의 화석이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현존하는 유인원의 보행 패턴을 분석하려고 해도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 있어 기원을 찾기 어렵다.
연구진은 유인원의 두개골 화석을 이용해 멸종한 유인원의 보행 패턴을 분석했다. 귀 안쪽에서 균형을 담당하는 기관인 ‘반고리관’의 크기와 구조를 통해 보행 패턴을 유추하는 전략이다. 기존에도 반고리관을 통해 보행 패턴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두개골 화석이 손상돼 반고리관 구조가 망가졌거나 제대로 된 화석이 존재하지 않아 분석하기 어려웠다.
장니난 중국과학원 척추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IVPP) 연구원은 “최신 영상 기술을 사용해 두개골 화석의 내부를 재구성해 반고리관 구조를 재현했다”며 “멸종된 포유류의 보행 패턴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1980년대 초 중국 윈난성에서 발견된 ‘루펭피테쿠스(Lufengpithecus)’의 두개골 화석을 3차원(3D) 영상 장치로 분석했다. 루펭피테쿠스는 600만년 전부터 200만년 전까지 아시아에 서식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기 유인원이다. 지금까지 수천개에 이르는 화석이 지금까지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아닌 유인원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일부 학자들은 두개골 모양이 이족보행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인류의 친척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루펭피테쿠스의 반고리관 구조를 현재 살고 있는 유인원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초기 유인원의 보행 패턴은 인류의 조상과 유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니시진 중국과학원 교수는 “루펭피테쿠스와 대부분의 유인원은 긴팔원숭이와 아프리카 유인원 사이의 중간 형태의 보행 패턴을 나타냈다”며 “반고리관 구조는 기존 두개골 분석을 넘어 새로운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보행 패턴이 3단계로 진화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테리 해리슨 뉴욕대 교수는 “최초의 유인원은 원숭이처럼 나무를 기어 오르거나 네 발로 걸었고, 다음으로 나타난 유인원과 인류의 공통 조상은 나무 위에서 두 발로 걸었다”며 “마지막으로 인간이 이족보행을 하게 된 것은 조상들의 다양한 보행 패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이족보행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시기에 따른 반고리관 구조의 변화 속도를 분석한 결과 약 320만년 전 빙하기에 유인원들의 반고리관 구조가 빠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최초로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류인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인 ‘루시’가 발견된 시기와 일치한다. 유인원들의 보행 패턴이 빠르게 변한 시기에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만큼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해리슨 교수는 “이 시기 유인원의 반고리관 구조 변화는 이동속도가 빙하기에 빨라졌다는 신호로 보인다”며 “마찬가지로 인류의 조상에서도 이족보행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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