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 경제계가 트럼프를 반기지 않는 이유

2024. 1.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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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이 자못 이상해진 듯 보인다.

더욱 이상한 것은 과거 트럼프가 재임 기간 중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췄고, 상속세율 인하와 같은 부자 감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며, 집권할 경우 법인세 추가 감세를 약속했음에도 정작 미국 경제계는 트럼프를 기피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약속하는 초단기 인센티브인 부자 감세 정책보다 미국 경제의 중장기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주는 정책과 정치인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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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엔 '눈앞의 이익'보다
안정성·예측 가능성이 절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이 자못 이상해진 듯 보인다. 팬데믹 기간 중 공급망 붕괴와 같은 물리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례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현금 살포에 가까운 확장적 통화정책이 취해졌다. 하지만 전염병 확산이 멈추자 이런 초유의 조치는 전례 없는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충격파를 초래했다. 그 결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에서 연 5%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를 보고 경제학자들은 2023년 미국 경제가 고금리 충격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작년 미국은 경제성장률이 2.5%를 웃도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지금도 여전히 미국의 구인율은 구직률보다 높고, 고용시장은 뜨겁기만 하다.

이처럼 미국 경제의 예상 밖 호황에도 불구하고,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는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늘면서 궁금함도 커진다.

더욱 이상한 것은 과거 트럼프가 재임 기간 중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췄고, 상속세율 인하와 같은 부자 감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며, 집권할 경우 법인세 추가 감세를 약속했음에도 정작 미국 경제계는 트럼프를 기피하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더욱 기괴한 것은 부자 감세 정책과 복지정책 축소를 공약한 트럼프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백인 근로자뿐 아니라 저소득 유색인종 사이에서도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백인 근로자와 저소득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부자 감세 정책을 밀어붙이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수수께끼의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들 저학력 단순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간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잃어버린 전통 제조업의 직장과 임금을 되찾아주겠다는 트럼프의 ‘실현 불가능한’ 약속에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다.

진짜로 궁금한 것은 왜 미국 경제계가 추가적인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 폐지 등 부자 감세 정책을 약속한 트럼프를 기피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미스터리의 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약하자면 하루살이식 초단기 경영전략을 지닌 기업들은 당장 법인세를 깎아주고, 상속세와 각종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할 인센티브가 크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중장기 경영을 염두에 둔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경제계는 입장이 다르다. 그들은 트럼프가 약속하는 초단기 인센티브인 부자 감세 정책보다 미국 경제의 중장기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주는 정책과 정치인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가 친기업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반(反)환경 정책들에 대해서도 난감해하고 있다. 미국 대기업 다수는 기업 이미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즉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들에게는 지지율 제고를 위한 하루살이 전략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작 지속 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한 빅테크 등 미국 경제계는 중장기 생존전략을 더 중시하기에 포퓰리즘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트럼프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초래한 미스터리한 풍경은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를 자칭하며 집권한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와 동일한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이며 아르헨티나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목전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아르헨티나에서의 미스터리 사건의 교훈은 분명하다. 하루살이 정치인들이 내놓는 포퓰리즘 정책은 정작 기술력을 갖춘 건실한 기업에는 오히려 중장기 경영 환경의 불안정성만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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