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의 ‘잔디 먹방’ 후폭풍, 요르단의 16강 역전극을 부르다
이라크와 요르단이 아시안컵 16강에서 1-1로 맞선 지난 28일 후반 31분. 이라크의 아이멘 후세인(28·알쿠와 알자위야)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감각적인 오른발슛으로 연결해 골문을 열었다.
후세인이 아시안컵 6호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흥분한 후세인은 짜릿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승부처에서 터뜨린 득점에 환호한 그는 관중석 앞에서 질주한 뒤 바닥에 주저앉아 잔디를 세 차례 입에 넣는 시늉을 했다. 앞서 선제골을 넣었던 요르단의 도시락 세리머니를 흉내낸 것인데, 도발의 의미가 엿보였다.
주심도 주저없이 경고를 뽑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규칙 12 ‘반칙과 불법행위’에서 골 세리머니가 ‘도발, 조롱, 선동적인 제스처 또는 행동을 한 경우’에 경고를 줄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후세인이 이미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후세인은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했고, 이라크로 기울던 승부가 거꾸로 요르단으로 넘어갔다.
이라크는 수적 열세에도 남은 시간 수비에 힘을 기울였으나 요르단의 마지막 공세에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야잔 알아랍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3분 뒤에는 니자르 알라시단의 그림 같은 중거리슛에 역전 결승골까지 헌납했다. ‘Again 2007’을 외치며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꿈꾸던 이라크의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사실 축구에서 후세인 같은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격렬한 스포츠의 꽃인 골이 터지면, 파격적인 골 세리머니로 퇴장을 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FIFA가 2006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골 세리머니를 더욱 엄격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카메룬의 뱅상 아부바카(베식타스)가 브라질과 조별리그에서 종료 직전 득점을 터뜨린 뒤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이 후세인과 흡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부바카는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퇴장을 당하는 가린샤 클럽에서 유일하게 세리머니로 이름을 올린 선수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가 A매치에서 퇴장당한 46번의 사례에선 세리머니가 원인인 경우는 없었다. 대신 프로축구에서 2007년부터 불명예 퇴장이 나오며 경종을 울렸다. 상대팀 관중을 향해 활을 쏘는 시늉(스테보)을 하거나 코너 플래그를 것어차는 행동(이동국), 복면을 쓰는 행동(파브리시오) 등이 줄줄이 퇴장을 당하면서 선수들도 행동을 조심하게 됐다.
후세인의 퇴장이 E조의 재발견을 이끌어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아시안컵에선 일본과 이라크,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묶인 D조가 ‘죽음의 조’로 불렸다. FIFA 랭킹을 따졌을 때 아시아 최고인 일본(17위)가 아시안컵 강자인 이라크가 버티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강자로 분류되는 베트남과 아시아가 한 그룹이었으니 그럴 법 했다. 이라크는 매서운 골 감각을 자랑한 후세인을 앞세워 일본까지 무너뜨리면서 D조 1위로 16강에 올라 우승 후보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요르단이 토너먼트 첫 판에서 이라크를 3-2로 꺾으면서 한국과 바레인, 말레이시아가 포함된 E조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요르단이 조별리그를 3위로 힘겹게 통과했는데 이런 경기력을 보여줬으니 1위인 바레인과 2위 한국은 그 이상의 성과를 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섞였다고 볼 수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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