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To Build a Fire

곽아람 기자 2024. 1.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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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8월호 센추리 매거진(Century Magazine)에 실린 '불을 피우려면'의 흑백 삽화.미국 예술가 프랭크 E. 슈노버(1877~1972)가 그렸다. /구글이미지
이따금 정말 춥고, 이런 추위는 겪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는 걸으면서 장갑을 낀 손등으로 광대뼈와 코를 비비곤 했다. 손을 번갈아가며 자동적으로 하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비벼대도 동작을 멈추면 이내 광대뼈는 감각이 없어졌고, 곧이어 코끝도 마비되었다. 광대뼈는 동상을 입을 게 분명했다.

미국 소설가 잭 런던의 단편 ‘불을 지피다(To Build A Fire)’ 중 한 구절입니다. 잭 런던은 문명에 길들여진 개가 야생의 본능을 되찾는 이야기인 ‘야성이 부르는 소리’로 잘 알려진 작가. ‘런던’이라는 성 때문에 영국 사람일 것 같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미국 작가입니다.

1900년대 초 쓴 이 작품에서 런던은 알래스카 눈밭에서 개와 함께 조난당한 사내가 영하 60도의 추위 속에서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추위에 대한 작가의 묘사력이 무척 뛰어나 읽는 내내 실제로 끔찍하게 추운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개의 입김과 콧김은 나오자마자 뽀얀 서리가 되어 털에 내려앉았다. 특히 개의 볼과 주둥이의 속눈썹은 얼어붙은 입김으로 허옜다. 사내의 붉은 턱수염과 콧수염도 마찬가지로 서리를 이고 있었다. 서릿발은 수염 속까지 꽉 차 있었고, 그가 더운 김을 내쉴 때마다 얼면서 그 결정이 조금씩 커졌다.

불을 지폈다 꺼뜨리길 반복하던 사내는 ‘개라도 죽여 뜨거운 피로 체온을 녹여볼까’ 생각하지만 실패합니다. 얼어죽은 자신의 시체를 발견하는 걸 상상하다가 어느덧 눈밭에 쓰러진 스스로를 바라보는 유체이탈 상태가 되며 의식이 아스라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합니다. ‘진짜 춥다…’.

지난주 서울은 무척 추웠습니다. 칼날 같은 바람이 얼굴을 때려 눈물이 흐르는데, 눈물이 곧 얼어붙어 눈이 삐걱거리더군요. 오들오들 떨면서 잭 런던의 이 소설을 떠올렸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주인공 사내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위안이 되더군요. 이한치한(以寒治寒)인 셈인가요? 이번 주는 다행히도 날이 풀렸지만, 미세 먼지 때문에 대기질이 나쁘다고 하네요. 물 좋고 정자 좋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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