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준연동형 비례제, 무엇이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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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했다." 최근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민주당 내 선거제 논의가 돌아가는 걸 보면 의원 중 절반 정도는 최소한 암묵적으로나마 병립형 회귀에 동조하는 입장이라 봐야 할 성싶다.
간헐적으로나마 터져나오는 병립형 회귀 주장의 세부를 들춰보면 결국 준연동형은 '실패한 제도'란 인식이 깔려있다.
'민주당의 실패'란 말 빼고는 별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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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했다.” 최근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이 인사는 우리나라 선거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한 채 다시 한 번 ‘실패’를 반복하도록 두는 건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합의가 부재하면 규칙에 대한 선수의 존중도 찾기 어려운 법이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결국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내세워 선거를 치렀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국민의길’이나 ‘시민의힘’ 등 이름으로 위성정당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합의 실패의 연장이라 본다면,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등장은 조금 결이 다른 종류의 실패라 봐야 할 듯싶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 등장을 명분 삼아 더불어시민당에 비례대표를 파견했다. 더불어시민당은 ‘범진보 진영의 플랫폼 정당’이란 포장지를 썼지만 위성정당이란 알맹이를 감출 순 없었다.
규칙을 만든 선수가 제 손으로 그 규칙을 형해화하는 데 앞장선 꼴이 됐다. 이건 어떤 실패라고 불러야 할까. ‘민주당의 실패’란 말 빼고는 별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그건 아닌 듯싶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당신들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정도를 가겠다’고 해야 했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따라 하는 바람에 제도의 본질이 사라져버렸다.” 이는 20대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2022년 1월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도중 즉석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대선 기간 중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 개혁을 약속했고 여기엔 연동형도 포함됐다.
22대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이 후보의 약속과 반대로, 병립형 회귀로 기운 듯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선거제는 선악이 아닌 게임의 룰”이라며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한 것도 이재명 대표 결단의 밑자락을 깐 것이란 시각이 짙다. 지금은 이 대표가 병립형으로 회귀하든,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비례연합정당이란 이름의 위성정당을 만들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어떤 결정이든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건 반성과 성찰이다. 어물쩍 국민의힘 탓을 하거나 애먼 제도 탓을 할 게 아니다. ‘민주당의 실패’를 선언하지 않고는 어떤 국민도 이 대표의, 그러니까 민주당의 결단에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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