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준연동형 비례제, 무엇이 실패했나

김승환 2024. 1. 2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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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했다." 최근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민주당 내 선거제 논의가 돌아가는 걸 보면 의원 중 절반 정도는 최소한 암묵적으로나마 병립형 회귀에 동조하는 입장이라 봐야 할 성싶다.

간헐적으로나마 터져나오는 병립형 회귀 주장의 세부를 들춰보면 결국 준연동형은 '실패한 제도'란 인식이 깔려있다.

'민주당의 실패'란 말 빼고는 별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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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했다.” 최근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이 인사는 우리나라 선거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한 채 다시 한 번 ‘실패’를 반복하도록 두는 건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민주당 내 선거제 논의가 돌아가는 걸 보면 의원 중 절반 정도는 최소한 암묵적으로나마 병립형 회귀에 동조하는 입장이라 봐야 할 성싶다. 간헐적으로나마 터져나오는 병립형 회귀 주장의 세부를 들춰보면 결국 준연동형은 ‘실패한 제도’란 인식이 깔려있다. 다만 여기서 거론되는 실패는 ‘단 하나의 실패’가 아니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먼저 ‘합의의 실패’다. 비교적 일찍부터 선명하게 병립형 회귀 입장을 밝혀온 진성준 의원은 지난 18일 KBS 라디오에서 “준연동형이 탄생하게 됐던 배경은 당시 거대정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다른 야당들과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라며 “선거법은 언제나 여야 합의로 만들어져 왔던 것이다. 경기의 규칙이니깐. 이런 걸 존중한다면 현행 선거법은 불완전한 것”이라고 했다.

합의가 부재하면 규칙에 대한 선수의 존중도 찾기 어려운 법이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결국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내세워 선거를 치렀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국민의길’이나 ‘시민의힘’ 등 이름으로 위성정당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합의 실패의 연장이라 본다면,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등장은 조금 결이 다른 종류의 실패라 봐야 할 듯싶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 등장을 명분 삼아 더불어시민당에 비례대표를 파견했다. 더불어시민당은 ‘범진보 진영의 플랫폼 정당’이란 포장지를 썼지만 위성정당이란 알맹이를 감출 순 없었다.

규칙을 만든 선수가 제 손으로 그 규칙을 형해화하는 데 앞장선 꼴이 됐다. 이건 어떤 실패라고 불러야 할까. ‘민주당의 실패’란 말 빼고는 별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그건 아닌 듯싶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당신들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정도를 가겠다’고 해야 했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따라 하는 바람에 제도의 본질이 사라져버렸다.” 이는 20대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2022년 1월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도중 즉석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대선 기간 중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 개혁을 약속했고 여기엔 연동형도 포함됐다.

22대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이 후보의 약속과 반대로, 병립형 회귀로 기운 듯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선거제는 선악이 아닌 게임의 룰”이라며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한 것도 이재명 대표 결단의 밑자락을 깐 것이란 시각이 짙다. 지금은 이 대표가 병립형으로 회귀하든,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비례연합정당이란 이름의 위성정당을 만들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어떤 결정이든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건 반성과 성찰이다. 어물쩍 국민의힘 탓을 하거나 애먼 제도 탓을 할 게 아니다. ‘민주당의 실패’를 선언하지 않고는 어떤 국민도 이 대표의, 그러니까 민주당의 결단에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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