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어머니 나무가 알려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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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속에서 살아간다.
따로 떨어진 듯한 나무들을 연결하는 것은 땅속 경로 체계인 지하의 진균 네트워크다.
이처럼 어머니 나무를 중심으로 숲속 나무들 전체가 에너지와 자원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시스템처럼 협동하며, 숲 전체의 성장과 재생을 관리한다.
어머니 나무가 없을 때, 어린 나무들은 성장이 더뎌지고, 더위나 추위, 해충이나 질병 등을 이기지 못해 쉽게 병들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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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 어린 나무에 생존 지혜 전수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사이언스북스 펴냄)에서 수전 시마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인간에게 월드와이드웹이 있다면 나무에겐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 있다고 주장한다. 숲은 나무들이 따로따로 모인 곳이 아니다. 나무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인간이 정보망을 만들어 내기 훨씬 전부터 나무들은 신호를 주고받고 메시지를 교환하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따로 떨어진 듯한 나무들을 연결하는 것은 땅속 경로 체계인 지하의 진균 네트워크다. 진균은 효모, 곰팡이, 버섯 등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생물에 기생하는 생물을 말한다. 숲 바닥을 온통 뒤덮고 땅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진균들은 서로 연결돼 끝없이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나무뿌리를 보면, 그 끝에 진균들이 달라붙은 걸 볼 수 있다. 진균은 나무 당분을 이용해 번식하고, 나무는 진균의 팡이실을 활용해 뿌리 범위를 넓히고, 물과 양분의 흡수력을 높여 공생한다. 오랜 연구 끝에 저자는 공생의 범위를 극적으로 확장했다. 나무들이 진균 네트워크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인지하고 소통하며, 행동 양식을 가르치고 배우며,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나무도 인간 못지않은 지적 생명체인 셈이다.
숲속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가 그 소통의 중심에 있다. 저자는 이를 ‘어머니 나무’라고 부른다. 인간 부모가 아이를 기르듯, 어머니 나무도 어린 나무를 양육한다. 그들은 물과 양분을 보내 어린 나무를 돌보면서, 그들에게 무엇이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지를 가르친다. 가령, 인간이나 해충 등에 상처를 입으면, 어머니 나무는 친족에게 탄소를 더 많이 보낸다. 생명력을 물려줘 친족과 자손이 변화에 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처럼 어머니 나무를 중심으로 숲속 나무들 전체가 에너지와 자원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시스템처럼 협동하며, 숲 전체의 성장과 재생을 관리한다.
어머니 나무는 숲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나무를 베어내면 우드 와이드 웹은 많은 것을 상실한다. 어머니 나무가 없을 때, 어린 나무들은 성장이 더뎌지고, 더위나 추위, 해충이나 질병 등을 이기지 못해 쉽게 병들어 죽어간다. 나무들이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서로 경고하며 대처하는 네트워크가 약해지면서 숲 생태계 전체가 엉망으로 변하기도 한다. 지혜를 잃으면 공동체가 무너지듯, 오래된 나무가 없는 숲은 쉽게 파괴된다.
나무와 진균의 공존은 생태계의 근본 지혜를 보여 준다. 종을 넘어서서 관계 전체의 잘 짜인 그물망 속에서만 생명은 생존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유대를 맺고 긴밀히 소통할수록 크게 성장한다. 유대의 힘을 늘려가는 공동체만이 번영한다. 기후 위기 시대, 어머니 나무가 이끄는 우드 와이드 웹은 우리에게 공생의 힘과 가치를 선연히 알려준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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