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의 영웅들[임용한의 전쟁사]〈300〉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필자가 고려거란전쟁에 관한 책을 썼던 때가 벌써 20년 전이다.
30년 가까운 거란 전쟁 중에 최대 규모의 침공이며, 고려를 최고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때가 1010년의 2차 침공이다.
거란의 중간 기지인 곽주성을 탈환해 거란군이 서경 포위전을 포기하게 만든 사람이 양규였다.
거란군을 습격하던 양규는 무리하게 작전을 진행하다가 거란군의 본대에 포위되어 전멸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양규는 3번의 공적을 세운다. 첫 번째, 흥화진을 사수해서 시작부터 거란군의 전략이 틀어지게 만들었다. 전쟁 초기에는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지만, 시작부터 계획이 틀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뒤틀림은 커지고, 잘못된 결정과 판단을 유도하게 된다.
두 번째,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 전쟁에서 결정적 포인트는 서경 포위전이었다. 서경이 함락되었더라면 거란군은 완벽한 중앙 거점을 가지게 되고, 고려를 분단국가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거란의 중간 기지인 곽주성을 탈환해 거란군이 서경 포위전을 포기하게 만든 사람이 양규였다. 거란군은 개경으로 직공해 개경을 함락하지만 무리한 진격으로 오래 머물지 못하고, 피로에 지친 몸으로 귀국하게 된다.
양규는 이 지친 거란군을 공격해서 3만 명에 가까운 포로를 되찾았다. 이것이 세 번째 공적이다.
거란군을 습격하던 양규는 무리하게 작전을 진행하다가 거란군의 본대에 포위되어 전멸한다. 양규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군인 정신뿐 아니라 삶을 살아야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 교훈을 전해 준다.
전쟁터에서 영웅이란 어떤 사람일까? 주어진 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버려서라도 자기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두렵고 그런 영웅심도 없지만, 막상 자기 앞에 그 순간이 닥쳤을 때, 운명의 의무를 피하지 않는 병사이다. 때로 그 의무의 순간은 5초, 1분, 20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누구의 생명이 5초에서 20분의 행동보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양규는 역사에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거란전쟁을 통해 이름 석 자라도 알린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웅들은 잊혀졌다. 지금 전쟁이 난다면 우리는 이런 영웅들을 기록하고 보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임용한 역사학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친윤은 영남행, 비윤은 험지행”… 與도 공천갈등 조짐
- 300만 원짜리 ‘디올백’ 유감[김지현의 정치언락]
- 제주 ㅎㄱㅎ 사건 피고인측 “판사가 와서 신원 확인하라” 실랑이…결국 파행
- 尹-韓 2시간 37분 오찬…“김여사-김경율 얘기 안해, 민생만 논의”
- [단독]차범근 前감독-정지영 영화감독 등 각계각층, ‘입시비리’ 조국 부부 항소심 탄원서 제출
- 선관위, 커피 500개 돌린 예비후보 등 12건 고발-1건 수사의뢰
- 시력은 좋은데 안압이 높고 한쪽 눈 시야가 좁다
- MZ조폭 선처한 판사 “가족들 실망시키지 않는 삶 살라”
- 이재명, 내달 5일 광주 방문 검토…이낙연·탈당파 공동 창당에 견제구 해석
- 日 달 탐사선 ‘슬림’ 전원 커졌다…암석 촬영도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