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지원 불가' 헝가리에 기금 제공 중단 검토"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유럽연합(EU)의 관리들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책을 다시 차단하기로 결정할 경우 헝가리 경제를 방해할 비밀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헝가리 경제를 겨냥한 통화 약세와 투자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전략이 포함됐다고 전했고, 가디언은 이 계획은 유럽에서 가장 친(親)러시아 국가를 이끄는 헝가리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공갈 정책'에 대한 분노가 유럽 전역에서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짚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기금 500억 유로를 차단했고, EU 지도자들은 2월1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재검토해야 했다.
FT에 따르면 이 문서는 '2월1일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 및 정부 수반들은 헝가리 총리의 비건설적인 행동에 비추어 EU 자금이 헝가리에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상상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헝가리 경제는 단일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수출품이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자료에 따르면, EU 역내 무역은 헝가리 수출의 78%(독일 28%, 루마니아·슬로바키아·오스트리아·이탈리아 모두 5%)를 차지하고, 3%는 미국, 3%는 영국으로 수출한다.
EU는 이미 헝가리가 EU회원국의 기본 요구사항인 정책 및 법치 적용에 대한 방침을 정하도록 하기 위한 도구로 기금을 사용하려고 시도했다. 200억 유로의 기금이 성소수자(LGBTQ) 권리 및 기타 문제에 대한 우려로 중단된 바 있다.
EU 내부에서 헝가리에 할당된 기금 제공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헝가리는 즉각 반발했다.
야노스 보카 헝가리 EU담당 장관은 FT에 자신의 모국은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와 EU 자금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헝가리는 협상에 건설적으로 참여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29일 X(옛 트위터)에 "EU 관료들이 작성한 이 문서는 헝가리 정부가 오랫동안 말해온 것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EU 자금에 대한 접근이 EU의 정치적 협박에 이용되고 있다"고 썼다.
EU의 한 소식통은 "헝가리가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회원국의 불만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12월보다 높아졌다"고 전했다.
몇몇 회원국들은 오르반 총리가 EU의 결정을 계속 저지할 경우 헝가리의 투표권을 박탈하기 위해 유럽연합 조약 제7조 발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 외교관은 헝가리에 대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7조를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며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거의 2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유럽연합과 미국의 정치적 내분으로 인해 필요한 재정적 생명줄이 박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책에 계속 반대하면서 다른 EU 지도자들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며 "오르반 총리가 지난해 12월 지원을 차단한 뒤, 27개 EU 국가 및 정부 수반들이 목요일(2월1일) 다시 모인다. 나머지 26명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돈을 풀고 싶어하지만 헝가리 지도자는 타협하지 않아 상대국들 사이에서 점점 더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오르반 정부의 민주적 퇴보를 우려한 유럽연합(EU)은 수백억 유로에 달하는 공동 자금에 대한 헝가리의 접근을 동결했고, 헝가리는 경제적 우려를 안고 특히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중동과 관련된 EU의 정치적 결정을 거부함으로써 이에 대응했다"며 "헝가리는 유럽연합 자금의 주요 순수혜국 중 하나이며, 지불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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