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은행서 ELS 판매 금지 검토”
금융 당국이 고위험 파생 금융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은행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은행 고객의 경우 대다수가 원금 보장을 원하는 안정 추구형 투자자인데,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얻고자 무리하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이번 홍콩 H지수 연계 ELS처럼 최악의 투자 손실이 불거졌다는 판단에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홍콩 H지수 연계 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질의하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ELS뿐만 아니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 상품은 모두 위험하다”며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회의에 출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19년 시행된 이후 3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금융투자 상품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창구를 통해서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등을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나은행은 이날 홍콩 H지수와 연계된 상품뿐 아니라 모든 ELS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11월부터 H지수 연계 ELS 판매를 중단했지만, 하나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ELS 상품 전체를 팔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비예금 상품위원회에서 ELS 상품 전면 중단을 권고했다”며 “홍콩 H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KB국민·NH농협·SC제일·신한·하나 등 5개 은행과 7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 및 서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LS 판매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ELS 판매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책정하진 않았는지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작년 11월 중순 기준 19조3000억원 남아 있는 홍콩 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 가운데 15조9000억원이 은행에서 팔려나갔다. H지수가 2021년 초 고점을 형성했다가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현재 H지수 편입 ELS에서 손실 구간에 진입한 판매 잔액이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제까지 금감원의 현장 검사 결과,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에게 판매된 금액이 전체의 30.5%에 달했다. 또 일부 은행이 직원 핵심 성과 평가(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서 고위험 ELS 상품 판매 실적에 30~40% 이상 배점을 부여해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를 사실상 부추겨온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의 은행 ELS 판매 금지 조치가 만시지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 2870명의 투자자가 총 4024억원의 손실을 입었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도 은행에서 이런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신탁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다며 반발하자, 당국이 제한적으로나마 판매를 계속 허용했다. 결국 ELF 사태 후 2년 뒤인 2021년부터 전국 은행 지점에서 비슷한 파생상품이 또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고, 대규모 손실 사태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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