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개그도 때론 ‘캡틴 정신’
손흥민, 훈련 중 일부러 웃음 선사
“형 덕분에 분위기 많이 나아졌다”
카타르 아시안컵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충격적인 3-3 무승부를 거둔 직후 대표팀 분위기는 한껏 가라앉았다. 16강을 확정한 상태에서 치른 경기라고 해도 우승 후보답지 못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성난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경기력 못지않게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해 보였다.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해결사로 나섰다. 그가 꺼내든 비장의 무기는 몸개그였다. 말레이시아전 이후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7일 재개된 훈련에서 손흥민은 가장 먼저 피치에 들어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후배 골키퍼 송범근(27·쇼난 벨마레)에게 물을 뿌리며 장난치는가 하면 직접 물줄기로 뛰어들어 웃음을 선사했다.
손흥민은 골키퍼로도 변신해 웃음꽃을 피웠다. 미니 골대 앞을 지키며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 오현규(23·셀틱)의 슈팅을 막더니 머리 쪽을 향한 황희찬(28·울버햄프턴)의 슈팅에 과장된 몸동작으로 쓰러지며 몸개그를 선보였다.
대선배가 스스로 망가지며 분위기를 띄우려는 노력을 후배들도 잘 알고 있다. 28일 훈련에 앞서 만난 오현규는 “흥민이 형은 긍정적인 얘기를 해주고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한다. 몸개그도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도 “사실 말레이시아전 이후에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는데, 이제는 확실히 많이 나아졌다”며 달라진 팀 분위기를 전했다.
손흥민은 때와 장소에 맞는 리더십으로 캡틴의 품격을 보여준다. 훈련장에서는 친근한 선배, 그라운드에서는 냉철한 사령관, 미디어를 상대할 때는 진중한 협상가의 면모까지 선보인다. 말레이시아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선 특정 선수를 향한 도를 넘는 비난에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선수들을 조금만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기자분들께 간곡히, 축구팬들께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흥민의 간곡한 부탁, 몸개그에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어쩌면 이번 아시안컵이 대표팀 선수로서 자신의 커리어에 메이저대회 마지막 우승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멤버로 평가받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캡틴의 몸개그가 마냥 웃겨 보이지만은 않는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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