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봉쇄할 것”…프랑스 농민들, 주요 도로 점거 시위

박은하 기자 2024. 1. 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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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 연료비 보조금 삭감
질소비료 사용 제한에 불만
“기후위기 비용, 농가 전가”
독·벨기에 등 전 유럽 확산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발해 이달 중순부터 전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프랑스 농민들이 수도 파리를 봉쇄하겠다고 예고했다. 유럽 내 각국 정부의 농업·환경 정책 등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시위가 전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전국농민연맹(FNSEA)은 29일 오후 2시부터 파리로 향하는 모든 간선도로를 트랙터로 무기한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FNSEA는 “수도로 향하는 모든 주요 도로는 농민들이 차지할 것”이라며 “수도에 대한 무기한 포위 공격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경찰 1만5000명을 투입해 농민들의 공항 봉쇄, 파리 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데는 농가 고령화,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 대형 유통체인의 헐값 구매,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불만이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농업용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질소비료 사용을 최소 20% 줄이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농업정책(CAP)을 펼치는 것도 기름을 끼얹었다. 이러한 정책이 기후전환 비용을 농가에 부당하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인식한 농민들은 지난 18일부터 전국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로트에가론의 농부 크리스티앙(63)은 가스 가격이 35%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면서 “경찰이 우리를 기소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프랑스앵포에 말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지난 26일 농민 시위를 촉발시킨 연료 보조금 삭감 계획을 백지화하고, 수입 저가 농산물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농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르노 루소 FNSEA 대표는 라트리뷴뒤디망슈 인터뷰에서 “122가지 요구사항 중 해결된 것은 일부일 뿐”이라면서 EU 농업 보조금 즉각 지급, 건강 및 기후와 관련된 보험 제공, 와인 생산자와 유기농 농부에 대한 지원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폴란드,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농업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9일 루마니아에서도 ‘농민 형제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내걸고 트랙터 시위가 이어졌다. 오는 6월 EU 의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민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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