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고는 처음"…아파트 외벽에 'SOS' 표시 걸린 사연은

최수진 2024. 1. 29. 21: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 환기를 위해 2평 남짓한 아파트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방화문이 잠겨 20시간 넘게 갇히는 일이 발생했다.

노인이 만든 SOS 표시를 본 이웃이 경찰에 신고해 노인은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그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했다"며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웃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경찰청 페이스북

혼자 사는 노인이 환기를 위해 2평 남짓한 아파트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방화문이 잠겨 20시간 넘게 갇히는 일이 발생했다. 노인이 만든 SOS 표시를 본 이웃이 경찰에 신고해 노인은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29일 경찰청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시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인천의 한 아파트인데,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있다는 내용이었다.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에게 "현장 사진을 좀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고층 아파트 창문에 종이 한장이 걸린 사진이 전송됐다.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7명은 최단 시간 안에 출동해야 하는 '코드1' 지령을 상황실로부터 전달받고 순찰차 3대에 나눠타고 급히 현장으로 나갔다.

도화동 아파트에 도착해 종이가 걸린 고층을 올려다봤지만, 밖에서는 몇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경찰관 일부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고, 동시에 나머지는 15층부터 세대마다 초인종을 눌러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곧바로 응답했으나 28층 세대만 여러 번 누른 초인종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28층 세대주가 누군지 확인했고, 집주인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관들은 집주인 아들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안방과 화장실에서는 작은 인기척도 없었다.

사진=경찰청 페이스북


집 안 내부를 수색하던 중 주방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불이 났을 때 몸을 피하는 대피 공간이었다. 고장 나 열리지 않던 방화문 손잡이를 파손했더니 2평(6.6㎡) 남짓한 작은 공간에 속옷 차림의 70대 A씨가 서 있었다.

A씨는 "할아버지, 괜찮으시냐"는 경찰관의 말에 "추워서 얼어 죽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혼자 사는 A씨는 환기하려고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방화문이 잠겨 전날 오후 5시부터 20시간 넘게 갇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의 손에는 휴대전화도 없었다.

한겨울에 꼼짝없이 작은 공간에서 나오지 못한 그를 구한 건 주변에 있던 검은색 상자와 칼이었다. A씨는 상자의 검은색 종이 부분을 칼로 긁어 'SOS'라는 글자를 만들었고, 줄을 연결해 창문 밖에 내걸었다. 또 라이터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해 불빛을 내기도 했다. 그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시라"는 경찰관들의 권유에도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번 사례는 29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소개되며 두 달 만에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출동한 임용훈(55) 도화지구대 4팀장은 29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출동 지령을 받고 처음에는 누군가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며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했다"며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웃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