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사용한 무기, 부메랑 되어 돌아왔다

최서은 기자 2024. 1. 2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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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하마스, 이스라엘군 불발탄 이용해 로켓 등 제작”
작년 기습 때 이란·북한 무기도 땅굴 통해 들여와 사용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때 사용한 무기 중 상당수가 이스라엘군의 무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무기가 역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과 정보당국이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의 무기 공급원을 놓고 수개월간 조사를 벌인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의 로켓과 대전차 무기 등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하·발사했지만 폭발하지 않은 탄약 등 수천개의 불발 병기로 제작된 것이며,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사기지에서 훔친 무기로 자신들의 전투원을 무장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 이전부터 지난 십수년 동안 가자지구를 엄격히 봉쇄해왔다. 이로 인해 ‘지붕 없는 감옥’이라고 불려온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어떻게 중무장할 수 있었는지는 그간 이스라엘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이전까지는 하마스가 무기의 대부분을 지하의 밀수 경로를 통해 외부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실제 하마스는 이란제 공격용 무인기(드론)와 북한제 로켓 발사기도 사용했으며, 이는 땅굴을 통해 가자지구로 밀반입된 것으로 알려진 무기라고 NYT는 전했다. 이란은 여전히 하마스 자금과 무기의 주요 공급원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하마스의 대전차 폭발물, 로켓추진유탄(RPG) 탄두, 열압력 수류탄, 급조폭발물(IED) 등은 이스라엘군의 무기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경찰 폭탄처리반 출신인 마이클 카다시는 “(이스라엘군의) 불발탄은 하마스의 주요 폭발물 공급원”이라며 “이스라엘이 사용한 폭탄 중 상당수가 폭발물과 로켓으로 재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340㎏짜리 불발탄 1개로 수백개의 미사일이나 로켓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무장을 하고, 이스라엘에 로켓을 퍼붓고, 이스라엘 도시를 습격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이스라엘과 미국의 무기 덕분이었던 셈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17년 동안 가자지구 봉쇄를 위해 사용했던 바로 그 무기가 부메랑이 되어 이스라엘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에 최소 2만2000번의 공격을 퍼부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수만개의 탄약이 현재 불발탄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 불발탄 비율은 대략 10%이지만 오래된 이스라엘 무기는 그 비율이 더 높을 수 있고, 미사일의 경우 불발탄 비율이 15%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지뢰대책기구(UNMAS)의 가자지구 책임자인 찰스 버치는 “대포, 수류탄, 기타 군수품 등 수만개의 불발탄이 이번 전쟁 후에 남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에게 공짜로 주는 선물과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무기고가 도난에 취약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초 이스라엘군 기지에서 수많은 총알과 수백개의 총기가 도난당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마을에 침투했다가 사살당한 하마스 대원의 시신에서는 이스라엘제 최신 수류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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