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땐 널따란 지하광장으로…지역 주민 즐길 거리 가득

박준철 기자 2024. 1. 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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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림골 ‘아뜨렛길’
장기·바둑 치열한 한 판 승부…탁구장에선 접전 지난 28일 인천 동구 송림동 아뜨렛길 지하광장에서 즐길 거리를 찾는 시민들(위 사진), 장기·바둑방에서 바둑을 두는 노인들(가운데),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는 시민들.
지하보도 3년 만에 재단장…유아놀이방 등 모든 시설 무료

지난 28일 낮 인천 동구 송림골 ‘아뜨렛길’ 지하광장. 아뜨렛길은 아트(Art)와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의 합성어로 ‘문화휴식공간’이라는 뜻이다.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밝은 조명 아래 널따란 광장이 나온다.

탁자 6개가 놓여 있는 29㎡ 넓이의 장기·바둑방은 노인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다. 훈수라도 하면 금방 싸움이 날 듯한 분위기다. A씨(80)는 “복지관은 평일에만 여는데, 아뜨렛길은 주말에도 여는 데다 시설도 깨끗해 너무 좋다”며 “온종일 있다가 간다”고 말했다.

4대의 탁구대가 있는 탁구장에서는 커플과 초등학생, 노인들이 탁구를 즐기고 있다. B씨(66)는 “탁구 라켓도 무료로 빌려준다”고 했다. 탁구장 앞에서 농구 게임을 하던 C군(13)은 “친구와 함께 나흘 동안 계속 왔다”며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코인도 나눠준다”고 말했다. 유아놀이방 안에서는 유아들이 뛰어놀고, 밖에서는 부모들이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었다.

이용객이 없어 오랫동안 방치돼 버려졌던 송림지하보도가 시민들의 휴식공간 아뜨렛길로 재탄생했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아뜨렛길이 있는 송림오거리는 원도심으로 전락한 동구의 교통 요충지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동구청과 현대시장, 노인복지관 등 주요 시설이 위치해 있다. 1988년 교통난 해소와 함께 주변 전통시장과 연계한 상권을 형성하기 위해 송림지하보도를 건립했지만, 부실시공에 따른 결로 현상과 흐릿한 조명, 지상 횡단보도 이용으로 지하보도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

동구는 2012년 송림지하보도 활성화를 위해 채소를 키워 독거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식물공장과 북카페 등을 설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에 동구는 2021년부터 46억원을 들여 송림지하보도 전체 2940㎡ 중 보도를 제외한 760㎡에 북카페, 청소년 댄스 연습장 등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아뜨렛길을 조성, 지난 2일 개장했다.

모든 시설은 무료이다. 다만 ‘인생 네 컷’ 포토 부스만 장당 500원을 받고 있다. 운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무이다. 개장 한 달이 안 된 아뜨렛길에는 하루 평균 127명이 방문한다. 주말인 지난 27일 202명, 28일은 198명이 찾았다.

아뜨렛길을 위탁관리하는 신은영 패밀리송림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팀장은 “동구는 노인들만 사는 줄 알았는데 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아뜨렛길을 잇달아 찾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동구에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없었단 걸 느꼈다”고 말했다. 원도심인 동구는 인구 5만9482명 중 노인이 25.6%인 1만5240명이다.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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