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발 ‘딸기 도난’ 트라우마 확산
밀양 시배지도 경계 태세 돌입…야간순찰 강화 요청
“두세 차례나 딸기를 도난당한 농가들도 있는데….”
올해 초 경남 김해 딸기 도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농민들은 절도범 검거 소식에도 어수선하다. 피해 규모로 볼 때 공범이나 또 다른 피의자가 있을 수 있어 김해시와 경찰은 지역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인접한 딸기시배지 밀양시도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경남 김해 한림면 시산마을 한 딸기재배 하우스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딸기 도난 사건이 잇따랐던 지역이다. 현재 딸기 시가는 ㎏당 2만원대로 비싸다. 다행히 이 농가는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농민 김모씨(56)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딸기를 따는 것은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한 작업이라 혼자서는 쉽게 못 훔쳐 간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딸기를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로 50대 A씨를 구속했다. 폐쇄회로TV 영상 등을 분석해 신고 후 3주가 지나서야 범인을 검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딸기 재배 농가 6곳, 11동에서 390㎏ 상당(시가 780만원)의 딸기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을 주민인 A씨는 한 바구니(3~4㎏)에 5만원을 받고 주점에 팔아 유흥비로 썼다. 경찰은 그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범행 일부분만 시인하고 있다. 자신이 훔친 딸기는 130㎏(시가 260만원)에 불과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반면 피해 농가들은 딸기 재배 농가 8곳, 11동 재배하우스에서 딸기 1900㎏(시가 2500만원)이 사라졌다고 지난 2일 신고했다.
피해규모와 관련해 농민의 신고, 경찰 조사, 범행 시인에 큰 차이를 보여 경찰은 추가조사를 하고 있다. 피해농민 박모씨(62)는 “농민들이 처음 도난당했을 때는 한두 번 하고 말겠지 하는 마음에 신고를 안 했는데, 갈수록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농민들과 딸기재배 관계자들은 “세 차례나 피해를 본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범인을 검거해도 농민들이 불안해하자 김해시는 산불전문예방대원까지 투입해 순찰을 강화했다. 한림딸기작목반 관계자는 “아직 쪽잠을 자면서 딸기를 지키는 농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건너편에 있는 딸기 시배지 밀양시도 비상이 걸렸다. 밀양 삼랑진은 1943년 일본에서 딸기 모종을 들여왔다. 밀양지역 딸기 생산량은 2022년 기준 1만9777t(1216농가)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밀양시는 지난 16일 밀양경찰서에 야간순찰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설 대목 전에 도난 사고 예방 문자도 발송할 예정이다. 밀양 삼랑진읍사무소도 앞서 지난 22일 관내 딸기재배 농가와 이장들에게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하는 문자를 발송했다.
삼랑진 딸기재배 농민 정모씨(60대)는 “최근 순찰을 부쩍 많이 하고 있다”며 “절도 사건 때문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은 “딸기 값이 더 오르는 명절 때까지는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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