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요구' 장정석에서 시작→'구속 기로' 김종국의 경질…2년 연속 고개 숙인 KIA "과오 반복 않겠다"(종합)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사상 처음으로 프로야구 사령탑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매우 충격적인 26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사건의 원흉은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의 '뒷돈' 요구에서 시작됐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3시즌 개막전을 앞둔 가운데 야구계에는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당시 장정석 전 단장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LG 트윈스로 이적한 박동원과 비FA 다년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박동원의 용기에 의해 드러나게 됐다.
당시 장정석 전 단장은 '농담'을 건넸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박동원이 보유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장정석 전 단장은 꽤 구체적으로 '뒷돈'을 건네줄 수 있는 방법을 박동원에게 제안했었다. 현직 단장이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개막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KIA는 전후무후한 일을 저지른 장정석 단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장정석 전 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후원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게 된 것이다. 해당 커피 업체는 장정석 전 단장을 비롯해 김종국 감독에게도 돈을 건넸는데, 이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돈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건넨 이유는 후원 협약을 맺는 것에 대한 도움을 달라는 취지였다.
검찰은 장정석 전 단장을 비롯해 김종국 감독도 커피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파악했고,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은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은지 이틀이 지난 후에야 한 '제보'를 통해 사실을 접하게 됐고, 곧바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면담 자리에서 김종국 감독은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에 KIA는 곧바로 움직였다.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김종국 감독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를 정지하기로 한 것. KIA는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며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한 차례 조사에 그쳤던 만큼 곧바로 사령탑의 거취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9일 오전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김종국 감독을 비롯해 장정석 전 단장에게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을 의미한다.
김종국 감독이 구속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자,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KIA도 결국 칼을 빼들었다. 29일 오후 KIA가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던 KIA는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무죄'의 여부를 떠나 지난해 장정석 전 단장이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김종국 감독까지 불미스러운 일에 엮인 만큼 KIA는 고개를 숙였다. KIA는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한 뒤 "KIA 타이거즈는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KIA는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KIA는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팀을 떠나게 된 김종국 감독을 대신해 당분간 팀을 이끌게 된 진갑용 수석코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김종국 감독과 진갑용 코치는 고려대 시절부터 1년 선후배로 친분이 남달랐는데, 진갑용 코치는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감정이 북받친 듯 29일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진갑용 코치 입장에서도 김종국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진갑용 코치는 "나도 이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됐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많이 어수선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닥쳐서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돼 있다. 하지만 코치들과 대화를 통해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같은 팀원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종국 감독을 비롯해 장정석 전 단장은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 따라서 아직 유·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KIA가 김종국 감독과는 더 이상 동행이 힘들다고 판단한 만큼, KIA는 차기 사령탑 물색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10개 구단 코칭스태프 구성이 모두 완료된 만큼 발 빠른 선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KIA 관계자는 "스프링캠프에서 팀워크가 다져지는 등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급선무다. 신중하되, 신속하게, 깊은 고민을 통해 새로운 감독을 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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