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12조원 수주 ‘대박’…폭스바겐·벤츠가 러브콜 보낸 이 기업
폭스바겐과 조 단위 계약
1년만에 해외수주 2배 ‘쑥’
발빠르게 전기차 전환 나선
현대차·기아에 부품 공급
기술력 고도화·안전성 입증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유럽·북미 등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전년보다 98% 늘어난 92억1600만달러(약12조536억원·평균환율 기준)을 수주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기업들로부터 수주한 물량만 집계한 액수다.
현대모비스는 해외 수주액 종전 최대치였던 2022년(46억5200만달러) 실적을 1년만에 2배로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모비스의 전년대비 해외 수주 증가율은 2021년 39%, 2022년 85%, 2023년 98%로 매년 가팔라지고 있다. 2020년(17억5800만달러)과 비교하면 해외 수주액은 5.2배 규모로 커졌다.
해외 수주 호조의 1등 공신은 전동화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으로부터의 수조원대 규모의 BSA를 수주했다. BSA는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팩과 배터리 관리 장치 등을 합친 모듈이다.
BSA의 효율성은 전기차 주행 거리 등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BSA는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폭스바겐 스페인 공장 인근에 BSA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에 유럽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부품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원가 절감 경쟁이 꼽힌다. BYD 등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고, 테슬라는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며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폭스바겐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BSA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전문 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전기차 제조 원가를 줄이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기술력도 비결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이 경쟁사 대비 전기차 전환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도 관련 부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고도화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부품사들 중 현대모비스만큼 BSA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에 BSA를 납품하면서 제품 안정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모듈 제조사 ‘모트라스’, 부품 제조사 ‘유니투스’를 출범시키며 산하 계열사 이름에서 ‘현대’를 뗀 이후 글로벌 부품 공급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현대모비스의 전동화·전장 등 핵심 부품 매출에서 비계열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1%를 기록했다. 수주 실적은 통상 2~3년 지난 시점부터 실제 매출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모비스의 비계열사 매출 비율은 이르면 올해부터 두 자릿수를 달성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도 전동화와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램프, 새시 등 분야에서 전략 부품을 중심으로 해외 신규 협력 업체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핵심 수주 전략 부품으로는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HUD),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독립형 후륜조향시스템(RWS),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이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핵심 부품 수주 목표액을 작년보다 소폭 증가한 93억4천만달러(약 12조5000억원)로 정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과의 신뢰 관계 구축, 선제적 연구개발(R&D) 투자, 안정적 양산 품질, 현지 생산 거점 운영 등이 괄목할 만한 해외 수주 성과로 이어졌다”며 “다양한 신기술 적용 제품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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