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떠나지 마세요!' 선수들 만류에도 레전드 출신 감독은..."UCL 우승해도 바르샤 나갈 것" 못박았다

노찬혁 기자 2024. 1.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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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게티이미지코리아
바르셀로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의 사임을 만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비 감독은 팀을 떠난다. 

사비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는 28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2라운드 비야레알과 경기에서 3-5로 패배했다.

바르셀로나는 전반전 막판부터 끌려갔다. 제라르 모레노에게 전반 41분 선취골을 얻어맞았고, 후반 9분에는 일리아스 아코마치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다행히 후반 15분 일카이 귄도안의 추격골이 터졌고, 페드리가 후반 23분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후반 26분에는 에릭 바이의 자책골까지 나오며 역전에 성공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곤살루 게데스에게 종료 6분 전 동점골을 허용했다. 90분의 정규시간이 끝났고, 8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양 팀의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했지만 비야레알이 다시 역전했다. 추가시간 9분 알렉산더 소를로스가 득점했고, 호세 루이스 모랄레스가 추가시간 12분에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바르셀로나 홈에서 열린 경기였고, 비야레알의 순위는 14위에 불과했기 때문에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승점 3점을 쌓는 데 실패하며 선두권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같은 날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는 라스팔마스를 상대로 2-1로 승리했고, 바르셀로나와 승점 10점차로 벌어졌다. 지로나도 승리하며 승점 55점으로 1위에 등극했다. 

경기가 끝난 뒤 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사비 감독이 자진 사임을 한 것이다. 사비 감독은 "나는 6월 30일부터 더 이상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싶다.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 명의 바르셀로나 팬으로서 방치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로써 사비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지 2년 반 만에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레전드 출신이다. 1991년 바르셀로나 유스 클럽에 입단해 1997년까지 뛰었다. 지난 1998년에 1군에 콜업된 뒤 2015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사비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면서 8번의 프리메라리가 우승과 4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셀로나 선수 시절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사비는 바르셀로나를 떠난 후 카타르 스타스 리그 알 사드에서 4년 동안 더 활약한 후 선수 생활을 정리했다. 사비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알 사드 감독을 맡았고, 감독으로서 7개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후 지난 2021년부터 바르셀로나를 지휘했다.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지난 시즌 라리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 시즌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슈퍼컵에서 1-4로 대패를 당했고, 25일 열린 아틀레틱 빌바오와 코파 델 레이 8강전에서도 4실점하며 2-4 완패했다. 현지에서는 사비 감독의 경질설이 흘러나왔다. 바르셀로나 데쿠 단장은 "사비 감독의 경질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사비 감독 역시 직접 나서 경질설을 부인했다. 그는 슈퍼컵 결승전이 끝난 뒤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내가 가장 먼저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비야레알과 경기에서도 5실점을 헌납하며 패하자 사비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그는 "앞으로 마지막 4개월 동안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사비 감독의 사임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스페인 언론 '문도 데포르티보'는 29일 "사비가 선수들에게 사임의 이류를 설명했을 때 가비, 주앙 칸셀루가 크게 울었다. 선수들은 크게 동요했고 쥘 쿤데 역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가비는 직접 인스타그램에 "죽을 때까지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사비 감독의 사임을 만류하기 위해 발 뻗고 나섰다. 스페인 매체 'RAC1'은 같은 날 "일부 선수들은 어젯밤 사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격려하고 계속 사령탑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레반도프스키는 사비 감독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오늘 아침 그와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비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절대로 번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해도 난 떠난다"고 못박았다. 바르셀로나의 레전드가 과연 4개월 동안 유종의 미를 장식하며 팀을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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