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들었다고 인사로 ‘보복’한 류희림
팀장 11명 중 7명 문책성 교체
‘위원장 입장’까지 이례적 첨부
류 “원점 발탁” 노조 “입막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짜뉴스센터 출범 등을 놓고 류희림 방심위원장(사진)에게 이의를 제기했던 팀장 중 절반 이상이 인사에서 교체됐다. 류 위원장은 이번 인사는 “원점 발탁”이라고 밝혔다.
방심위는 29일 발표한 사무처 인사 보도자료를 통해 임시 태스크포스(TF)까지 포함해 전체 팀장 28명 중 14명을 바꿨다고 알렸다. 이 중 5명은 수평 이동을 했고 9명은 신규 팀장이다. 팀장에서 내려온 9명 중 8명은 최근 류 위원장에게 ‘반기’를 든 경력이 있다.
앞서 방심위 팀장 11명은 지난해 10월 가짜뉴스 심의 추진, 가짜뉴스센터 설립 등에 대해 “언론 탄압·검열 논란이 우려된다”며 “성급한 의사 결정을 지양하고 입법 보완, 심의 기준 마련 등 후에 시행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류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의견서를 낸 팀장 11명 중 7명이 이날 인사에서 교체됐고 1명은 교육 파견을 신청했다. 7명 중 6명은 현 보직으로 옮긴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직급이 3급인 팀장 3명은 기존에는 없는 자리를 만들어 ‘연구위원’으로 보냈다. 그중 한 명은 부산사무소로 발령이 났다. 4급 팀장 4명은 차장으로 강등됐다. 통상 방심위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후 차장으로 강등된 사례는 문책성 인사를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는 방심위 직원들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징계 명단인 줄 알았다. 지역 인원이 필요 없어서 직원도 줄였는데 연구위원이라니”라며 “강등된 팀장들, 류희림 직전까지 드물게 선후배들에게 인정받던 소위 일 잘하는 팀장들 아닌지. 수치스럽고 화나고 미안하고”라는 글을 남겼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보복인사는 없다’고 밝혔다. 당시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명 팀장에 대한 부당한 인사 처우가 없다고 이 자리에 약속할 수 있냐”고 묻자 류 위원장은 “전체 팀장이 27명인데, 한번 인사하면 절반 정도는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인사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보복성 인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류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정기 인사에 대한 위원장의 입장’까지 붙임 자료로 배포했다. 방심위에서 인사를 낼 때 ‘위원장 입장’을 첨부한 사례는 처음이다. 류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연공서열, 보직자 여부에 관계없이 ‘원점 발탁’했다”며 “부서장에게 발탁권을 이양해 팀장은 실·국장이 발탁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성명을 내고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들 이번 인사의 본질이 류희림 개인의 보복 인사라는 사실을 가릴 수 없다”며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자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는 사적 보복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류 위원장에 대한 전면적인 퇴진 투쟁에 불을 붙였음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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